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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단독] '여론조사 가상번호 제공' 위법 논란..."처벌조항 없어 제재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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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여론조사 기관으로부터 온 여론조사 통화. 22대 총선관련 이용자 가상번호는 총 3353만건이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제공됐다. [사진=김성현]




올해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기간 급증한 ‘휴대전화 여론조사’와 관련해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여론조사 기관에 유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제공하면서 공직선거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휴대전화 여론조사 건수와 스팸문자메시지는 급증하는 추세인데, 약한 제재와 불완전한 법이 이동통신 가입자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선거관리위원회와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는 2022년 6월부터 올해 4월 총선 전까지 22대 국회의원 선거 여론조사를 위한 가입자의 가상번호를 조사기관에 총 3353만건 제공했다. 이 중 상당수가 올해 1~3월 총선을 앞두고 집중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의 가입자 가상번호 제공은 공직선거법 제108조의2로 정해졌다. 해당 법은 ‘선거여론조사기관이 이동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제공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공직선거법의 세부규정인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반해서는 안된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제25조의5는 이동통신사업자가 가상번호를 제공할 경우 △자사 홈페이지 △전자우편(이메일) △우편물 발송 셋 중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가입자에게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해당 규칙은 고지를 받은 이용자는 고지기간 만료 20일 이내에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동의 또는 거부 의사를 표할 수 있으며, 거부 의사를 표할 경우 통신사는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휴대전화 이용자를 중심으로 통신 3사의 위법성 논란이 일었다. 이메일이나 우편물을 통해 고지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거부 방법 역시 안내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다수의 이용자가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른 고지를 받지 못했다는 인지는 있다”며 “다만 처벌조항이 없어 제재로 이어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 3사 측은 “고지 의무를 충실히 했다”는 입장이다. 이용자가 이동통신 가입 당시 기재한 거주지 주소나 이메일에 요금납부 통보와 함께 관련 내용을 담았다는 답변이다. 해당 규칙이 이용자의 고지확인 여부나 동의 의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지 않은 만큼 위법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통신 3사의 불성실한 고지의무와 동의하지 않은 개인정보 전달에 따른 이용자 불편 가중을 이유로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업자가 법이 정한 고지의무를 충실히 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통신 3사의 고지의무 불성실이 문제가 된다 해도 우리 법인 ‘죄형법정주의’를 취하는 만큼 처벌규정없는 제재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인한 가상번호 거부 의사 표시 이후에도 여론조사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불법으로 유출된 이용자의 번호가 여론조사 기관에 넘어가 악용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신 3사는 22대 총선 여론조사 기간 이용자 가상번호 유상 제공으로 약 13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가상번호 제공 1건당 약 39.05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여론조사 기관이 22대 총선과 관련해 이동통신사업자에게 가상번호 제공을 요구한 건 수는 1887건이다.

SK텔레콤의 가상번호 제공건수는 1666만 건으로 전체 제공 건수의 49.4%를 차지했으며, KT는 1057만 건(31.4%)으로 뒤를 이었다. LG유플러스는 647만 건으로 19.2%를 차지했다.
아주경제=김성현·윤선훈 기자 minus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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