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7 (화)

바게트 샌드위치, ‘속이 꽉 찬’ 파리의 추억[정기범의 본 아페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얇게 썬 두 쪽의 빵 사이에 고기나 햄, 치즈 및 그 외 재료를 끼워 먹는 샌드위치는 파리 여행 중에 공원 벤치에 앉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식사 대용 음식이다. 이 음식의 유래는 18세기 후반 샌드위치 가문의 4대 백작인 존 몬터규에 의해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카드놀이를 즐기다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아지자 이와 같은 식사 대용 음식을 고안했다고 한다. 1778년 하와이 제도를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이 당시 영국 해군 대신이었던 샌드위치 백작의 이름을 따서 ‘샌드위치 제도’라 부르기도 했으니 지금 하와이의 전신이 샌드위치 제도였던 것이다.

동아일보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샌드위치의 유래는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맛있는 샌드위치의 대명사는 역시 미식의 도시, 프랑스가 으뜸이다. 프랑스에서는 버거, 케밥, 파니니 역시 샌드위치 형태로 판매되고 있지만 무려 72%라는 점유율이 말해 주듯이 바게트 샌드위치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다. 햄버거의 시장 점유율을 초과하는 전 세계 유일한 국가인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하루 평균 220만 개 이상의 샌드위치가 소비되며 연간 8억 개의 바게트 샌드위치가 프랑스 내에서 소비된다는 통계도 있다. 점심 식사 대용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바게트 샌드위치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프랑스인의 63%가 따뜻한 버거보다 차가운 샌드위치를 선호하는 기호 때문이기도 한데 따뜻한 버거를 선호하는 우리와 퍽 다르다.

프랑스의 샌드위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식빵 대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바게트의 반을 갈라 그 안에 햄과 치즈, 참치, 닭고기 등의 재료를 넣어 만든다. 그날 만들어 당일에 먹어야 하는 빵집의 바게트 샌드위치는 따끈따끈하게 갓 구워 나온 바게트로 만들기에, 맛있는 바게트는 필수다.

빵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바게트 샌드위치의 종류는 보통 5, 6가지인데 가장 사랑받는 샌드위치는 바삭하고 부드러운 바게트에 무염 버터, 얇게 자른 훈제 햄을 넣어 만든 심플한 장봉 뵈르 샌드위치다. 이 세 가지 재료만 들어간 샌드위치가 단순하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깔끔한 맛이라 인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치와 얇게 썬 토마토, 삶은 계란, 새콤하게 식초에 절인 오이가 들어가는 참치 샌드위치를 선호하고 때때로 부드러운 닭고기와 마요네즈, 양상추, 토마토가 들어간 닭고기 샌드위치도 즐기는 편이다. 해마다 파리 최고의 바게트를 겨루는 경연대회가 파리에서 열리는데 여기에서 우승한 빵집을 찾아가 바게트 샌드위치를 고른다면 애써 찾아간 기억과 맛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만드는 과정이 간단한 장봉 뵈르 샌드위치는 혼자 만들어도 충분하다. 2024년 이 대회 챔피언으로 선정된 불랑제리 위토피에 들러 아침에 갓 나온 바게트를 산 다음 근처 마켓에서 무염 버터와 조밀한 육결에서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육향이 나오는 장봉 블랑, 식초에 절인 손가락 크기의 미니 오이, 코르니숑을 넣으면 맛있는 샌드위치가 완성된다. 공원에 앉아 샌드위치로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는 로컬들처럼 파리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손쉽게 누릴 수 있다. 한번 맛보면 거부할 수 없는 프랑스 바게트 샌드위치의 매력에 빠지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