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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딥페이크 사태'로 부활하는 강남역·혜화역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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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불법촬영 반대' 혜화역 시위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재수사 촉구

"N번방 성착취물이 딥페이크로 진화"

뉴시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OUT 말하기 대회를 하고 있다. 2024.08.30. hw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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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텔레그램발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사태가 여성들을 다시 길거리로 모으고 있다. 대학생단체 및 여성단체들은 강남역과 혜화역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7일 시민사회계에 따르면 '텔레그램방 딥페이크' 사건이 알려진 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과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서 여성계의 대규모 집회가 연이어 등록됐다.

앞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94개 여성·인권·시민단체는 전날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긴급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는 소라넷, 웹하드카르텔, 텔레그램 성착취를 거쳤지만 정부 대응은 미비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며 퇴행했다"며 "온라인 남성문화는 온라인 플랫폼의 수익 구조와 발전하는 기술을 타고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의 현장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온라인 성착취물과 불법촬영물 근절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정부가 딥페이크 사태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특히 딥페이크 성범죄는 가해자 대부분이 10대란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단 지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신고된 허위영상물 범죄는 297건으로, 검거된 피의자 178명 중 131명(73.6%)이 10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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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폭력 규탄 공동행동은 오는 21일 서울 혜화역에서 '딥페이크 성착취 엄벌 촉구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다.(출처 : 공동행동 SNS 계정)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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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는 엄정한 수사와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이어 예고했다.

먼저 대학생을 중심으로 결성된 '여성혐오폭력 규탄 공동행동(공동행동)이 오는 21일 오후 3시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딥페이크 성착취 엄벌 촉구 시위를 연다.

주최 측은 '만든 놈 판 놈 본 놈 모조리 처벌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목표 참가 인원을 1만명으로 제시했다. 공동행동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을 비롯한 온라인 내 성착취물을 제대로 규제하고 엄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딥페이크 성착취 엄벌 촉구 시위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수사기관이 온라인상 성착취물을 발견해도 강제로 삭제할 권한이 없고, 딥페이크 합성물을 단순 소지만 하면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혜화역은 지난 2018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반 년간 열린 장소다. 당시 참가자들은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의 피의자인 여성이 남성 불법촬영 범죄자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빨리 체포돼 구속됐다며 경찰이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여성회 등 20여개 단체가 모인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OUT) 공동행동'은 13일부터 27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아웃 말하기 대회'를 연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직후 경찰이 '여성혐오가 아닌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로 결론 내리자 이를 규탄하는 시위 및 피해자 추모집회가 열린 곳이다.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남성 6명을 보내고 그냥 여성을 기다렸다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알려지면서 '여성혐오 범죄' 논란이 촉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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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7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강남역 살인사건(서초동 주점 화장실 살인사건) 8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2024.05.17. mangust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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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여성혐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과거 강남역 집회에 참여했던 직장인 백모(30)씨는 "그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나빠진 것 같다. 하루가 멀다하고 데이트폭력, 교제살인이 일어나고 불법촬영을 넘어서 딥페이크 영상까지 만들어지고 있지 않냐"며 "아직도 초소형카메라가 금지되지 않고 딥페이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 시위에 나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여성 김모(31)씨도 "중학생, 고등학생들로 성착취물을 만들던 성범죄가 '지인능욕' 딥페이크를 만드는 것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들이 '어차피 텔레그램은 못 잡는다'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이유가 뭐겠나. 이걸 방치한 국가 때문"이라며 "어린 피해자들을 대신해 어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요구를 국가가 수용하려면 결국 입법적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여성에게 국가가 없다는 문제의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향후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여성 대중시위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낼 수 있는 정치집단이 있는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여성단체의 릴레이 집회가 예고되면서 이들에 대한 공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 혜화역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에게 염산 테러를 하겠다고 협박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직후에도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 추모집회에 '염산 테러' 예고글을 올린 10대 남성이 붙잡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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