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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한의사 남친 치매 걸리자···몰래 혼인신고 후 6000만원 가로챈 간호조무사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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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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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남자친구가 치매에 걸리자 혼인신고서를 위조해 6000만 원을 몰래 인출한 간호조무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컴퓨터등사용사기 등 혐의를 받는 간호조무사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10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한의사 B씨와 연인관계로 지내다가 2020년 8월부터 B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했다.

A씨는 2020년 7월 B씨가 계좌이체를 제대로 못 하거나 치료가 끝난 손님에게 다시 진료받으라고 요청하는 등 인지, 기억력 저하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 무렵 B씨의 친누나도 B씨가 길을 찾지 못하자 이를 인지했다.

당시 A씨는 B씨의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B씨를 데리고 신경과 병원을 찾았다. A씨는 B씨 대신 담당 의사로부터 '전반적인 뇌압 상승 및 인지 저하를 보이므로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진료 결과를 들었다. 이후 B씨는 중증 치매이고 치매 등 인지장애가 급속히 진행되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진단을 받았다. A씨는 B씨의 가족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A씨는 B씨가 정상적인 의사능력이 없어 자신의 지시대로 행동한다는 점을 악용하기 시작했다. A씨는 혼인신고서를 위조해 이를 구청에 제출했고, 자신의 성년 아들을 몰래 혼인신고서 증인으로 기재했다. 이후 B씨의 금융계좌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알고 있던 A씨는 B씨의 계좌에서 60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이 중 4000만 원을 사용했다.

법정에 선 A씨는 "(B씨와) 2020년 7월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었으며 의사능력이 있던 상태에서 동의받아 혼인신고서를 작성했다"며 "6000만 원 역시 B씨한테서 위임받아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혼인신고 당시 B씨가 법적 효력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봤다. A씨는 적법한 동의가 없음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혼인신고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혼인신고서상 일부 한자를 B씨가 기재했다고 하더라도 '혼인신고로 부부가 되고 부부는 동거 부양의 의무가 있으며 사망 시 잔여 배우자가 상속받는다'는 법적 의미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A씨가 시키는 대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죄질이 좋지 못한 점,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범행을 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혼인신고서 위조가 바로 드러나 범행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점, 전과가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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