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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정지용의 옥천, 이효석의 봉평…문학작품 속 ‘그곳’을 가다[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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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효석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메밀꽃 밭을 시민들이 거닐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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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만난 한국문학
강진호 지음 l 민음사 l 2만2000원



문학 답사는 작가나 작품과 관련된 현장을 발로 찾아가 보는 일을 이른다. 문학 연구자나 전공 학생들이 작가 및 작품 이해를 위해 종종 답사에 나서곤 한다. 작품이나 자료만으로는 불확실했던 것들이 현장에 가면 한결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국문학자인 강진호 성신여대 교수 역시 그런 이유로 수십년째 답사 여행을 다니고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문학’은 그 답사 여행의 결과다. 오정희 단편 ‘중국인 거리’의 무대인 인천 차이나타운,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강원도 봉평,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고향인 충북 옥천 등 23곳의 문학 지리지가 빼곡하다.



“1950년대의 인천 풍경을 느끼고 싶다면 ‘중국인 거리’를 읽으면 된다.” 강진호 교수는 인천역 맞은편 차이나타운 입구의 패루에서부터 인천 답사를 시작한다. 소설에 묘사된 대로 “뒤통수를 쇠똥처럼 바짝 말아 붙인 머리를 조금씩 흔들며 엄청나게 두꺼운 귓불에 은 고리를 달고 전족한 발을 뒤퉁거리는” 중국인 여자를 만날 수는 없어도 “현대식 주택 사이에 남아 있는 2층 목조건물, 붉은색 간판과 붉은색 장식물을 주렁주렁 늘어뜨린 중국 음식점들에는 아직 옛 분위기가 남아 있다”. 강 교수는 ‘중국인 거리’에도 등장하는 자유공원, 이광수 소설 ‘재생’과 채만식 희곡 ‘당랑의 전설’의 배경인 미두취인소, 이어서 19세기 개항장 건물을 개조해 만든 한국 근대문학관 등을 답사하며 인천에 어린 문학의 숨결을 확인한다.



옥천의 정지용 문학기념관 앞에 서 있는 검정 두루마기 차림 지용의 밀랍인형을 보며 지은이는 자신에게 묻는다. “기교파로 비판받던 지용이 과연 시에서 현실을 제거해 버린 창백한 모더니스트이기만 했을까.” 수줍은 선비의 모습을 한 시인의 밀랍인형에서 그는 지용의 민족의식과 저항의식을 헤아린다. 강원도 철원 이태준의 생가터 표지판이 누군가에 의해 뽑혀 없어진 사태, 충북 괴산의 벽초 홍명희 생가 간판이 보훈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철거된 일 등에서는 분단과 이념의 덫을 확인한다. 그런가 하면 미당 서정주의 친일 시와 수필을 벽면 가득 전시한 미당문학관은 “그의 문학을 음미하는 일은 그 재능과 상처를 동시에 응시하는 쓸쓸한 일”임을 알게 한다. 현장의 생생한 실감과 함께 작가의 생애와 시대 배경, 작품에 관한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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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 교수.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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