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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100m 앞 응급실 퇴짜에, 심정지 여대생 의식불명…"여력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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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기도 성남시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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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ㆍ배후 진료과의 전문의가 없어 응급 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 교내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학생이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서 수용 거부를 당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조선대 교내 벤치에서 이 학교 학생인 A(20)씨가 쓰러진채 발견됐다. 행인들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119대원들은 A씨가 심정지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이송할 병원을 찾았다.

A씨가 발견된 곳은 조선대병원과 직선거리로 100여m 떨어져 있었다. 119는 가장 가까운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먼저 연락했으나, 조선대병원 응급실 측은 “의료진 여력이 되지 않아 수용할 수 없다”라며 이송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 구급대는 차로 5분 거리인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A씨를 옮겼다. A씨는 치료를 받고 호흡은 돌아왔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당시 근무 의사가 다른 중환자를 보고 있던 중이라 도저히 A씨를 수용하지 못했던 걸로 알고있다”라고 말했다. 조선대병원 응급실에는 현재 7명의 전문의가 근무 중이다. 과거엔 전문의 8명, 전공의 8명이 근무했지만 전문의 1명은 다른 기관에 파견을 갔고, 전공의들은 모두 사직한 상태다. 반년 넘게 7명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다보니 피로가 누적됐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는 “24시간 365일 응급실을 열어두는게 어려워 일부 휴진까지 고민했다. 병원 차원에서 응급실 닫는 것만은 막아보자고 나섰고, 4일부터 외과 등 다른 진료과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8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24시간 응급실 당직을 대신 서주기로 했다. 첫날 그런 일이 생겨서 정말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전세버스에 치여 중상을 입은 7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병원 16곳으로부터 거부를 당해 4시간 반 만에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B씨는 전날 오후 9시쯤 청주시 오창읍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중 옆 차선에서 차선 변경을 하던 46인승 전세 버스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다발성 골절 등 큰 부상을 입었다. 119는 중증외상센터가 있는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 등 청주권 4개 병원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이송할 수 없었다. 충북대병원은 “마취과 전문의가 다른 수술을 하고 있다”고 했다. B씨는 사고 40여분 만에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긴급한 처치를 받았지만 외상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12곳의 병원으로부터 “수용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결국 B씨는 사고 4시간 30분 만인 이튿날 오전 1시 30분쯤 120㎞ 떨어진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도착했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응급실 미수용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응급실마다 전담공무원을 지정해 1대1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5일 브리핑에서 “응급실 미수용 방지를 위해 모든 응급의료기관별 전담 책임관을 지정하여 1대1로 기관 집중 관리를 시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전국 409개 응급실 중 진료 차질 가능성이 있는 25곳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1:1 전담관을 지정해 문제 발생 시 인력 지원 등 적시 대응하고, 그 외 384개 응급실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1대1 전담 책임관을 지정해 현장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 발생 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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