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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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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서 반윤으로 떠난 이원석…'현대사 압축판' 검찰총장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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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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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55·사법연수원 27기)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마치고 15일 떠난다. 이 총장은 지난 13일 퇴임사에서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하는 검찰 악마화 현상이 심화됐다”며 “오로지 ‘증거와 법리’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미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2년을 “양측의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버텨온 시간”이라고도 했다.

이 총장에 대한 검찰 내부의 평가는 “민생 범죄를 엄단하고 형사사법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추진한 살뜰한 총장(대검찰청 간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건희 여사 사건 등 굵직한 수사에서 성과를 못 낸 무력한 총장(수도권 평검사)”으로 상반됐다. 김 여사 처분 등의 공을 넘겨받은 후임 심우정(53·26기) 총장은 추석 연휴 이후인 16일 임기를 시작하지만 취임식은 19일 한다.





‘친윤’에서 ‘반윤’으로 떠난 이원석 총장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던 이 총장은 취임 당시 ‘윤석열 사단의 브레인’으로 꼽혔다. 전임인 김오수 총장(20기)에서 7기수를 건너뛴 파격 인사로 윤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수사, 2011년 대검 중수부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등에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그를 두고 법조계는 “정교하고 신중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의사형 특수통 검사”이자 “대통령이 믿고 의지하는 검찰 후배”로 호평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여권과의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두 번째로 청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이 국회 체포동의안 통과에도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된 게 계기다. 이 외에도 지난해 8월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윤 대통령 처남 기소, 올해 1월 ‘이태원 참사’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기소, 김건희 여사 명품백·도이치모터스 의혹 수사 등이 관계 악화의 분기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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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왼쪽 세번째)은 지난해 12월 대검 간부들과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 사진 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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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임기 말 김 여사 검찰청사 소환 원칙과 함께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를 강조했다가 5월 용산으로부터 ‘검찰 인사 패싱’, 이후 7월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방문조사 땐 ‘보고 패싱’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12월 대검 간부들과 영화 ‘서울의봄’을 단체 관람한 것을 두고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까지 이르렀다. 다만 이 총장은 주변에 “퇴임 후엔 당분간 쉴 것” “정치엔 뜻이 없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혔다.



‘현대사 압축’ 검찰총장 수난사…60%는 중도하차



앞선 총장들의 마지막 순간도 늘 드라마틱했다. 1988년 검찰총장 2년 임기제 도입 이래 36년간 온전히 임기를 마친 건 정상명·김진태·문무일·이원석 등 9명뿐이다. 윤 대통령을 포함해 23명 중 14명은 우여곡절 끝에 중도 사퇴했다. 검찰 조직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총장이 대표로 ‘사표 항의’를 해온 관례 탓이다. 이 총장 역시 김 여사 소환조사 여부와 방식을 두고 ‘원칙론’을 밀어붙이다 정부·여권, 나아가 검찰 수사팀과 전방위 갈등을 겪고 두 차례 이상 사퇴를 고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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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2021년 3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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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재인 정부 5년은 여당인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밀어붙이자 여러 총장이 옷을 벗었다. 44대 김오수 총장은 검찰 직접 수사권을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퇴임식 없이 떠났다. 43대 윤석열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6개월 정직 징계와 중대범죄수사청 도입 등 검찰청 폐지 추진에 반발해 전격 사퇴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1시간 만에 사표를 수리했다.

42대 문무일 총장은 임기를 마치고 떠나긴 했지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등 이른바 ‘적폐 청산’에 보조를 맞추던 임기 초반과 달리 후반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정부와 마찰했다. 검찰권 축소에 대한 반발은 이명박 정부 때도 총장 퇴임 사유가 됐다. 37대 김준규 총장이 경찰 수사개시권이 형사소송법에 명문화되자 사의를 표했다.

대통령 수사도 잦은 퇴임 계기가 됐다. 41대 김수남 총장은 자신의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뒤 “인간적 고뇌가 컸다. 소임을 마쳤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사퇴했다. 36대 임채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박연차 게이트 등) 수사를 총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국민께 사죄드린다”며 “인간적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든 내가 검찰을 계속 지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사퇴했다. 이 밖에도 검찰 수뇌부 내분 사태(38대 한상대), 혼외아들 의혹(39대 채동욱), ‘이용호 게이트 특검’에 친동생 승환씨 구속(30대 신승남) 등 검찰 내분이나 개인사, 친인척 수사도 중도 퇴임 사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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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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