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6 (월)

김정은 보트 타고 수해지역 돌더니…"北간부 무더기 처형한 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8일 폭우 피해를 입은 평안북도 신의주시를 돌아보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북한에서 지난 7월 말 북부 국경지역 일대에서 발생한 수해의 책임을 물어 다수의 간부를 처형한 동향이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처형된 간부 중에는 피해가 심한 자강도의 노동당 책임비서인 강봉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7월 29~30일 홍수와 폭우로 큰 피해를 본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진행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우리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상과 평안북도·자강도의 당 책임비서를 경질했다. 이는 김정은이 하루 전날인 7월 28일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피해현장을 돌아보면서 "재난을 초래한 국가기관과 지방 간부들의 직무 태만"을 엄하게 질책하고 이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암시한 지 하루 만에 단행한 인사였다.

이에 따라 책임 간부들에 가혹한 처벌이 예상됐으나, 처형까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 있는 것이다. 간부를 무더기로 처형한 게 사실이라면 수해로 인한 민심 이반 등을 우려, 김정은이 책임을 묻기 위한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앙일보

노동신문은 지난 7월 31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29일부터 30일까지 평안북도 신의주시 피해 지역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보당국은 또 이번 수해로 북한에서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 수해와 관련해 "실제적 물적 피해가 많은 곳은 자강도로 분석된다"며 "실질적으로 피해가 많이 발생한 자강도에 대해 일절 언급과 외부 노출이 없다. 상당히 흥미롭고 특이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편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 제안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김정은이 내놓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뒷받침할 논리가 부실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앙일보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사무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민주평통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내부에서도 두 개 국가론에 대한 내부 이론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이 통일 화두를 던진 데 대해 북한이 반박하기 쉽지 않고, 당 내부에서 이론을 체계화하는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태영호 처장은 북한이 재일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도 '두 국가론'과 관련해 명확한 지침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을 공개했다.

그는 "얼마 전 북한에서 조총련에 내려보낸 (적대적 두 국가론과 관련한) 지침서를 본 조총련 원로들이 조총련 중앙위원회에 '어떻게 이렇게 통일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고 질문을 보냈는데, '평양에서 아무런 정책 방향적 설명문이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지침서를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개 국가론을 화두로 던졌는데 세부계획도, 내부자료도 없고 해외에 보내는 추가적 해설집도 없는 것을 보면 이론적 정리가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사무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민주평통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태영호 처장은 북한 엘리트들이 한국과의 체제 경쟁에서 졌다는 패배의식에 빠져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설명도 내놨다. "2009년 당시 북한 내 경제연구소 관계자에게 남북 간 경제 격차를 물었더니 120대 1 수준으로 보고 있었다"며 "노동신문에선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라고 주장하면서도 내부적으로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이 남한 자본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러시아와 직접 연결되는 지리적 특성이나 저출생으로 인해 부족한 인력을 북한에서 제공할 때 통일 이후 경제적 편익이 생기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리면 (북한에서도)통일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처장은 지난 7월 평화·통일 달성을 위한 정책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자문기구인 민주평통 사무처장(차관급)에 임명됐다. 탈북민 출신으로 차관급 임명직에 발탁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