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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실리콘밸리에서 4000억 굴리는 벤처캐피털, 한국 문 두드린다[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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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건 알코브인베스트먼트 대표

설립 초기 카테나 투자로 200배 '대박'

데이터 분석 통한 정보 활용한 투자 전략

브루나이 허브 공항 조성 협업 추진

인니 수출용 할랄음식 제조회사 설립

"변동성 큰 시기, 매력적 가격에 투자할 기회"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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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국 12개 산업 분야의 50개 회사 투자, 운용 자산 3억 5000만 달러···.

5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캐피털(VC) 알코브인베스트먼트을 세운 1994년생 홍지건(사진) 대표가 쌓아올린 성과다. 홍 대표가 설립한 알코브인베스트먼트의 운용자산(AUM)은 2019년 150만 달러에서 올 4월 3억 5000만 달러로 230배 넘게 불어났다. 부모님을 따라 오랜 타지 생활을 했던 홍 대표는 새 투자처 발굴을 위해 올 초 고국에 사무소를 차렸다.

홍 대표가 자본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첫 직장에서였다. 대학 졸업 후 금융 범죄 방지 솔루션 스타트업인 가디언애널리스틱스에 취직했다가 회사가 동종업계 나이스액티마이즈에 매각되는 과정을 거치며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체득했다. 홍 대표는 "당시 후기 단계(Late-stage) 스타트업으로 망할 뻔 했던 회사가 실적 개선에 성공해 높은 값에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회사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몸 담은 회사가 매각된 후 홍 대표는 홀로 알코브인베스트먼트를 차렸다. 창업 초기 비트코인 채굴 회로 칩 개발사인 카테나컴퓨팅에 투자했다가 큰 돈을 번 것이 회사가 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투자 이후 카테나컴퓨팅 기업가치가 200배나 뛰면서 약 5000만 원을 투자한 원금이 100억 원 이상으로 돌아왔다.

홍 대표는 미국에서 시작한 알코브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운용자산이 커지면서 단일 투자 규모가 큰 사모펀드(PE) 분야로 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홍 대표는 현재의 대내외적 상황이 좋은 투자처를 고를 수 있는 적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 침체 등 대외 변동성이 큰 상황이지만 오히려 취약한 한계 기업들을 거를 수 있는 시기”라며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견고한 사업 모델을 구축한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받기 좋은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알코브의 투자 전략은 데이터를 통해 추출하고 가공한 정보로 새 기회를 찾는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13개 국가에서 50개 넘는 회사에 투자했다. 투자 분야는 AI, 첨단 컴퓨팅, 의료 기술, 소프트웨어, 식음료, 항공우주 등 12개 산업에 걸쳐 있다.

홍 대표는 “올 5월에는 천안에 있는 한 제조 업체에 대한 투자를 개시했다”며 “기존 자동차 부품 공장이던 공장을 드론 및 항공 엔진 등의 부품 공장으로 확장해 포트폴리오 기업과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투자자들과 협업해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 국제 허브 공항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할랄 음식 제조에도 손을 뻗었다. 인도네시아를 무대로 올 5월 현지 농협중앙회(Induk Kud)와 공동 사업 계약을 맺고 할랄 음식 제조사인 뉴리그룹을 설립했다. 뉴리그룹을 통해 국내 식품 회사와 함께 할랄 음식을 제조해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홍 대표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또래 젊은이들에게 스타트업 성공 노하우를 전하고 독려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여러 국가를 다니며 살았던 경험이 언어 등에 큰 도움이 되긴 했지만 창업 초기에는 맨땅에 헤딩하면서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지냈었다"며 "미국이나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저의 경험을 듣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알코브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지난 2월 대한적십자에 1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한적집자사의 1억 원 이상 고액기부 모입인 ‘레드크로스 아너스기업’에 가입했다.

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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