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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국민연금 개편과 미래

국민연금 4%P 더 내고, 2%P 더 받는다…정부 21년만에 개혁안 [국민연금 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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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 비율)을 42%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정부안이 나왔다. 정부가 단일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은건 2003년 이후 21년만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2024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의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심의하고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냈고, 21대 국회 산하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논의했으나 개혁안 마련에 실패했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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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연금개혁이 매우 시급한 과제인 만큼 개혁 논의에 계기를 마련하고, 여ㆍ야 간에 조속한 합의를 견인하기 위해 개혁안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5차 계획의 주요 과제, 2023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새로운 재정 전망, 공론화 등에서 나타난 국민 의견을 세밀하게 검토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국민연금 제도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에서 42%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고,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됐으나 이후 26년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조 장관은 "그간의 공론화 결과를 고려해 13%까지 인상하되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연금 가입자 평균 월소득에 해당하는 286만원인 가입자의 사례로 보면 현재는 9%인 25만7400원(직장가입자는 근로자와 회사 반반 부담)이던 월 보험료는 보험료율이 13%가 되면 37만1800원이 된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11만4400원을 부담해야 하고, 직장가입자는 인상분의 절반인 5만7200원을 더 내게 된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초기 70%였으나 1998년ㆍ2007년 두차례의 개혁을 거치며 차츰 낮아졌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2%이며 매년 0.5%p씩 낮아져 2028년 40%가 된다. 개혁안은 소득대체율을 더 떨어트리지 않고 42% 수준으로 고정하자는 것이다. 현행 제도(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대로면 2056년이면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 이후에는 그 해에 거둔 보험료로 노인 세대에 연금을 줘야한다. 연금 개혁을 하지 않고 지금처럼 초저출산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기금이 고갈 된 이후인 2060년 직장인은 소득의 34.3%를 보험료로 내야 그해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2070년부터는 소득의 42%를 내야 한다. 이번 개혁에 성공한다면 기금 고갈 시기를 2072년으로 16년 미룰 수 있다. 개혁안은 국민연금 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현재의 4.5%에서 5.5%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담았다. 이를 위해 해외ㆍ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우수한 운용인력을 확보하고 해외사무소의 역할을 강화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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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이번 안에는 구조개혁 방안도 담겼다. 인구 구조나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이나 수급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증 24개국이 운영 중인 제도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 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매년 조정해서 실질 가치를 보전하고 있다.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물가상승률에 최근 3년 평균 가입자수 변화와 기대여명 변화를 반영한다. 연금액 상승률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물가상승률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조정장치가 발동되면 매년 연금액이 올라가긴 하지만 물가상승률보다는 덜 올라가게 된다.

받는 연금액이 깎이는 일은 없지만, 연금의 실질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복지부는 “최근 저출생ㆍ고령화 추세와 기금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액에 기대여명 또는 가입자 수 증감을 연동하는 장치 도입 논의를 본격 추진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정상황에 따른 자동조정장치 도입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도입 시기에 따라 기금 고갈 시기는 최대 2088년까지 미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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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보험료 부담 형평성



조 장관은 이번 개혁을 통해 “청년과 미래세대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할 때 2025년에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씩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혁에 따라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납입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율 부담은 커지게 되는데, 두 차례 개혁(1999년, 2008년)으로 소득대체율도 낮아지고 있어서 청년세대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은 크고 혜택은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조 장관은 “이러한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잔여 납입 기간을 기준으로 보험료율 차등 인상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국가의 연금 지급근거를 명확히 규정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 국민연금법 제3조의 2는 국가의 책무 조항으로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급여가 안정적ㆍ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미래에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개혁을 전제로 지급보장 규정을 명확히 하는 법률을 명확히 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낸 것처럼 가입기간을 얹어주는 크레디트 제도도 강화한다. 출산크레디트를 현행 둘째아에서 첫째아까지 확대하고, 6개월인 군복무 크레디트도 전 복무기간을 고려해 늘린다.

현재 59세까지인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64세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복지부는 “은퇴 후 보험료 부담 가중, 소득 공백 등을 고려해 고령자 고용 여건 개선과 병행해 장기적으로 논의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금개혁과 연계해 기초연금액을 4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026년 저소득 노인부터 우선 40만원으로 인상하고, 2027년 전체 지원 대상 노인에 40만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현행 제도를 고쳐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에 기초연금을 추가 지급한다.

또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되도록 사업장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한다. 현재는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이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퇴직연금을 가입하도록 한다는 얘기다. 또 저소득 지역가입자 부담 완화를 위해 보험료 지원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에스더ㆍ남수현 기자 rhee.es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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