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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단독]LNG선박 뒤처진 中, 세계 1위 韓 국가핵심기술 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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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조선업 핵심기술 中유출]

경찰, ‘화물창’ 등 2건이상 유출 수사

K조선 보루인 고부가가치 선박… 中, 협력업체 베테랑들 핀셋 공략

“선박기술 유출 85% 국가핵심기술… 中에 LNG선 1위까지 뺏길 우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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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받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건조 관련 핵심 기술이 최소 2건 이상 중국으로 유출된 정황이 발견돼 해양경찰청과 경찰 등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LNG 선박 건조에서 한국이 세계 1위였지만 기술 유출로 조만간 중국에 1위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LNG 선박 1위 자리 노리는 중국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경과 경찰 등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LNG 선박에 들어가는 ‘화물창’ 품질 제고 기술 등이 중국 업체로 넘어간 정황을 넘겨받아 수사에 나섰다. 화물창은 LNG를 저장하는 탱크로 LNG 선박에서 가장 고난도 제작 기술이 필요한 핵심 시설이다. 이 기술들은 대부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수사 당국은 한국에서 근무하던 인력이 중국으로 이직하거나 중국 업체들에 선박 건조 자문을 해주는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7, 8월에만 2건의 LNG 선박 기술 유출 수사가 시작됐다”며 “특히 LNG 선박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및 인력 유출 시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LNG 선박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한국 조선업계 주력 제품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국 조선업계가 한국을 뛰어넘지 못한 유일한 분야로 평가된다. 산업연구원이 5월 발표한 ‘선박 종류별 국가 경쟁 우위 종합 평가’에 따르면 중국은 컨테이너선과 벌크, 유조선 분야에서 이미 한국을 뛰어넘었다. 반면 LNG 선박 분야에서는 한국 93.3점, 중국 85.8점으로 한국이 우위에 있다.

최근 중국은 국가적으로 LNG 선박 육성에 나서고 있다. 2021년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중국 정부는 “기술력 강화와 제조 비용 절감 등으로 LNG 선박 핵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 LNG 선박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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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노리는 것은 K조선의 ‘국가핵심기술’이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 시 국가 경제 발전과 안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술을 말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조선업계에서 18건의 기술 유출 사건이 적발됐는데 이 중 85%에 달하는 15건이 국가핵심기술이었다. 같은 시기 반도체 분야에서는 45건 가운데 10건(22.2%)이었다. 조선업에서 국가핵심기술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종훈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중국의 기술력도 어느 정도는 궤도에 올랐지만 저장된 LNG가 새는 등 품질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라며 “단기간에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한국의 핵심 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중국으로 떠나는 ‘고(高)기량자’들

중국은 낮은 임금 등 한국 조선업계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올해 초 국내 한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LNG 선박 제조 관련 핵심 인력 수 명이 중국 국영 조선업체로 이직했다. LNG 선박 분야에서 15∼20년 동안 일한 숙련자로 조선업계에서는 ‘고기량자’라 불리는 베테랑들이었다. 이들은 낮은 임금과 처우에 불만을 품고 있다가 거액을 제안한 중국 측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인력 30여 명이 중국으로 떠났다”며 “이직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이들이 가진 노하우가 그대로 중국에 넘어가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직 과정에서 핵심 기술 유출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은 직접 고용하고 있는 인력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협력업체는 상황이 다르다”며 “중국이 주로 협력업체 직원들을 노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박찬준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센터장은 “한국 조선업계의 인력 유출은 전문 브로커들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브로커들은 중국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이고 이 기술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미리 알고 ‘핀셋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들을 주로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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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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