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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쪽방과 기후위기는 닮았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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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무더위가 계속된 지난 8월6일 서울 종로구 쪽방촌에 쿨링포그(물 분사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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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연속 기고 ④



최봉명 | 주민재가방문요양센터 대표



정부는 쪽방에 들어온 세입자 때문에 주거급여를 지원해주고 있다. 또한 쪽방 상담소 등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운영해 주민들의 편익제공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쪽방을 주거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쪽방 세입자들의 안녕을 위해 혹서기에, 혹한기에 정부와 지자체, 소방서 및 봉사단체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노력하지만 이 난리통에도 쪽방 소유주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당연히 쪽방 소유주들에게 화를 내게 된다. 그런데 구체적인 해결을 위한 고민을 하다 보면 결국은 정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소유주가 적절한 주거환경을 갖추도록 채근하지 않는가? 왜, 세입자가 주거급여를 통해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갖도록 조력하지 않는가? 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지속가능하고 소모적이지 않은 지원을 하지 않는가?



해법은 사실 간단하다. 양질의 임대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여 쪽방 등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세금인 주거급여가 헛발질하지 않도록, 취약계층을 상대로 주택을 임대하려는 소유주에게 일정한 주거 기준에 부합하는 주택을 제공하도록 제도적으로 종용해야 한다.



더 이상 공공이 무한 책임을 지고 소유주가 무한 이익을 보는 모순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는 쪽방이 가진 모순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익을 가지는 사람과 책임을 지는 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익을 가지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득 상위 10%가 34~45%인데 비해, 하위 50%는 13~15%에 머문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는 더 많은 이익과 편리를 누리고자 한 누군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개인에게 지속적으로 강요하고 피로감을 준다는 점도 닮았다. 방송 등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한다. 더우면 덥다고, 추우면 춥다고 도움이 필요하단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이들을 위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건지 좀 더 진중하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매일 분리수거를 한다. 온 국민은 이미 분리수거의 달인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그 분리수거가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온 적이 있던가? 왜 의무만 이야기하는가? 피로감이 생기지 않도록 상호이익 혹은 공존의 이익을 돌려주길 바란다. 개인의 도덕과 양심에만 호소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들도 노력하고 있는 개인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기후위기는 쪽방의 모순과 닮아 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무법지대이다. 쪽방에서 어떤 집을 제공하더라도 문제 삼지 않고 주거급여를 지원한다. 임대주택은 전체 주택공급량의 몇 %로 그 수가 확정된다. 주거취약계층의 수요가 얼마인지가 근거가 된 적은 없다. 주거기준법은 있으나 적절한 주거와 주거복지를 위한 선언이 있을 뿐, 적절한 구속력이 보이지는 않는다.



기후위기를 위한 법과 제도는 아직도 미비하다. 겨우 재생에너지를 장려할 뿐 구체적 제도화는 하지 않는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주택개량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너무 많은 소비와 생산으로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어도 그게 수익이 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미래보다는 지금의 이익이 중요하고 그 폐해는 적어도 나에게 오지 않게 하면 될 거라는 생각, 무법지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7일 토요일, 서울에서 ‘907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함께 모여 무법지대의 모순을 비판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다시 힘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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