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통신두절로 피해 집계 어려워…실제 피해 더 클 수도"
과거 자연재해 때도 국제사회 지원 차단
미얀마 내 태풍 이재민들 |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슈퍼태풍 '야기'가 필리핀, 베트남에 이어 미얀마를 강타하면서 사망자가 급속히 불어나는 가운데 미얀마 군사정권이 이례적으로 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15일(현지시간) AFP·AP 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권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13일 현지 매체에 "정부 관리들이 외국과 접촉해서 피해자들에게 제공할 구조, 구호물자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군사정권은 그간 내전과 자연재해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닥쳤을 때도 국제사회의 지원을 차단해왔다.
지난해 사이클론 '모카'가 미얀마를 강타했을 때 군사정권은 국제 구호 활동 담당자들의 이동을 차단하는 등 활동을 사실상 중단시켰다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밝혔다.
당시 군사정권은 모카로 148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피해는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인해 최소한 13만8천명이 사망한 재앙이 빚어졌을 때도 당시 군사정권이 해외 지원을 처음에는 수용하지 않다가 뒤늦게 받았고, 이후에도 구호물자 배급을 철저히 통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군사정권이 이번에 외국 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피해 규모가 연일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얀마 관영 TV에 따르면 야기가 몰고 온 홍수와 산사태로 전날까지 미얀마에서 74명이 숨지고 89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랜 내전, 태풍에 따른 여러 지역의 통신 두절로 인해 피해 상황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사망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등 실제 피해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현지 매체들은 실종자가 10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또 군사정권은 야기로 인해 대피한 주민이 23만5천여명에 이르며, 가옥 6만5천여채·교량 24개·학교 건물 375동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미얀마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시 등 중부, 동부 샨주, 수도 네피도 등의 저지대가 지난 11일부터 야기가 몰고 온 폭우로 침수됐다.
이런 와중에 높은 곳으로 대피해서 살았지만, 불어난 물에 고립돼서 물과 식수, 의약품을 구하는 피난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 나잉 툰은 AFP에 "어제 우리는 한 끼만 먹었다"면서 "돈이 있는 사람들은 사정이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은 전혀 괜찮지 않다"고 말했다.
2021년 군사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과 반군 간 내전으로 이미 대규모의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태풍 피해까지 더해지면서 미얀마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야기가 오기 전인 이달 초 기준으로 이미 미얀마 내 340만명이 내전과 혼란으로 피난 상태라고 지적했다.
jhpar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