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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송혜희 父 마지막 통화도 딸 현수막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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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16년 7월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주최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서 송길용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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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딸을 25년간 찾아헤메다 숨진 아버지 고(故) 송길용(71)씨가 생을 다하기 직전까지 딸을 찾겠다는 일념 뿐이었다는 것이 알려져 많은 이들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YTN24’와 인터뷰에 나선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은 송 씨와의 마지막 통화 내용을 전했다. 앞서 25년이나 딸을 찾아다닌 ‘불굴의 아버지’가 지난달 26일 숨을 거뒀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나 회장은 “송씨가 최근 급성심근경색증 시술을 받고 퇴원한 뒤 지난달 26일 트럭을 가지고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운명했다. 참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송 씨의 딸 송혜희 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999년 2월 13일 경기도 평택의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행방불명됐다. 이후 송씨는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 곳곳에 붙이고 다니며 딸을 애타게 찾았다.

딸을 찾기 위한 여정은 고됐다. 나 회장은 “송씨와 부인은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누볐다”며 “부인이 먼저 작고하시고 혼자 남게 된 송씨가 실종된 딸을 찾으려고 현수막과 전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폐지와 폐품을 수거했다”고 전했다.

송 씨는 2011년 현수막을 걸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두 차례 척추수술을 받았고, 뇌경색으로 쓰러져 다리를 저는 휴유증이 생겼다. 2015년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렸지만 이를 이겨내곤 “딸 찾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나 회장은 “(송씨가)트럭에 크게 (딸) 사진을 붙여 전국을 다녔고 심지어 무인도까지 샅샅이 뒤졌다”면서 “평소 즐기던 술·담배도 모두 끊고 ‘혜희를 못 찾으면 못 죽는다’고 했다”고 고인의 절절한 심경을 회고했다.

나 회장은 “사망 하루 전에 송 씨에게 전화가 왔다. 현수막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걱정하는 말을 하고 그뒤 연락이 없었다”라며 “(이후) 현수막 제작업체 사장님에게 (송씨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사망 전날까지 딸을 찾기 위한 현수막을 걱정했던 것이다.

송 씨는 나 회장에게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혜희를 꼭 찾아 달라’는 부탁도 남겼다고 한다. 나 회장은 “2~3주에 한 번 만나 식사하거나 차를 마셨는데 농담 비슷하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 남기는 유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애통해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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