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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여의뷰] '이재명 방탄'만 부각된 검사 탄핵…민주 "한명만 탄핵해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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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전원 일치로 이정섭 검사 소추 기각 결정

"요건도 사실 특정도 안 돼…탄핵사유 없어"

민주 "국민 법 상식에 부합한지 의문" 헌재 비판

진짜 탄핵감 검사 소추 시 '양치기 소년' 효과 우려

아이뉴스24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공동취재) 2024.09.01.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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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53·사법연수원 32기)에 대한 탄핵 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앞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32기)의 경우 재판관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기각됐지만, 이번엔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이다. 소추 사유로 특정되지 않거나 위법이 아니라는 판단에 이른바 '검사 탄핵'이 또다시 헌법재판소에 가로막힌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법 상식'에 부합하지 않다며 재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동력 상실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은 이번 헌재 판단에 대해 "요건도 갖추지 않고 남발한 '무고 탄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헌재는 김 검사 탄핵소추에 대해 탄핵 소추사유 중 일부는 특정됐다고 볼 수 없고, 직무집행과 관련이 없어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탄핵소추사유가 특정됐는지 여부'를 살펴본 의혹은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리조트 이용 관련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수사 무마 의혹 등이다. 헌재는 이들 의혹에 대해 "직무집행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아 심판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가 구체화돼 다른 사실과 명백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즉,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로 명시한 의혹에 대해 피청구인은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워 보이고, 헌재는 심판 대상을 확정할 수 없을 정도로 특정되지 않아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헌재는 일부 의혹에 대해선 탄핵 사유로 볼 수 없다는 판단도 내놨다. 지난 2020년 12월 리조트 이용 관련 코로나19 집합금지명령을 위반했다는 것과 2018년 8월·2021년 4월 두 차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해 불거진 '위장전입'에 대해선 "직무집행과 관계가 없는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두 의혹에 대해 검사 지위에서 이뤄진 행위가 아닌 만큼, 집권남용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사건 기록만으론 판단하기 어렵다'는 단서는 달았지만, 헌재는 의혹에 대한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도 내놨다. 지난 2020년 8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죄 관련 형사재판에서 증인신문 전 증인 최모씨를 사전에 면담해 무죄 선고를 빌미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선 "위법하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헌재가 판단 근거로 든 것은 지난 2021년 6월 김 전 차관 '뇌물·성접대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이다. 헌재는 당시 법원이 최씨의 진술이 일관성과 객관적 증거에 맞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 김 검사의 사전 면담이 위법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는 이에 따라 김 검사의 사전면담이 불성실한 직무수행이라고 보기 어렵고 법률(헌법 27조·구 검찰청법 4조 2항·국가공무원법 56조) 위반도 아닌 만큼, 헌법상 탄핵소추사유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해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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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섭 대구고검 검사가 지난 5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 심판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4.05.28.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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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헌재 판단은 현재 민주당이 22대 국회 들어 추진하는 검사 4명(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에 대한 탄핵 관철 여부 분수령으로 꼽히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헌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관련 공소권 남용 의혹으로 국회가 통과시킨 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민주당의 위법성 주장에 대해 재판관 일부도 입장을 같이 했지만, 이번 이 검사 탄핵소추는 전원일치 판단으로 기각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소위 민주당 살생부에 오른 '검사 4명'의 의혹도 헌재가 탄핵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단적인 예로 민주당은 박 검사에 대해 '대변 루머' 의혹을 탄핵소추 사유로 명시했는데, 증거도 뚜렷하지 않은 '공용물 손상' 혐의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법률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치적 탄핵'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헌재의 잇단 탄핵소추 결정으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결국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와 검찰을 손본다는 의도성만 부각되고 있다. 이번에 탄핵소추가 기각된 이 검사 역시 지난해 9월 수원지검에서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수사를 총괄한 바 있다. 민주당이 이 검사의 헌재 결정에 "국민의 법 상식에 부합한지 의문"이라며 여론전을 펼치는 것 역시 3권분립 침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 대표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향후 민주당의 여론전 가능성을 겨냥해 "사법부 재판에 주류 정치세력이 불복하면 민주주의·법치주의의 위기가 오는 만큼,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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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지난 7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박상용, 엄희준, 강백신, 김영철 검사 등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2024.07.02.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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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은 헌재 판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는 수준이고, 이 대표 재판과 무관하게 '비위 검사'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국회의 역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검사 한 명이라도 탄핵한다면 성공이라는 입장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헌재 판단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닌 국민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국회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진실 규명에 대한 노력은 멈추지 않고 국민에게 검사의 비위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헌재가 이 검사에 대해 위법이 없다고 한 것이 아닌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 것인데, 위법을 확인하려면 검사가 수사를 해야 하지만 하지 않는 것이 현실 아닌가"라면서 "그러다 보니, 당초 이 검사에 대해 헌재가 인용 판단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크지 않았지만, 국민한테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아울러 "검사 탄핵이 두 번째 기각되어서 우려하는 시각은 알지만, 타격은 전혀 없다"며 "언젠가 한 번이라도 검사 탄핵이 이뤄지면 성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회법에 따라 '비위 검사'를 탄핵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떠나 부적절할 뿐만 이나라 소위 '양치기 소년'과 같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잇따른 탄핵 남발로 인해 향후 위법성이 확인된 검사를 탄핵할 때에는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탄핵을 남발하는 것에 대해선 카드를 아껴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탄핵을 남발하게 된다면 불감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검사의 경우가 국민적 공분을 산 케이스인데도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렸는데, 조사도 안 된 이 검사까지 탄핵소추했다가 기각된 것은 향후 실제로 탄핵사유가 있는 검사를 탄핵해야 할 때는 문제가 될 것"이라며 "단순히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남발만 지적할 것이 아닌, 탄핵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민주당 입장에선 국민 공감대를 끌어내기 좋을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민주당이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검찰에 대한 경고성인데, 이 대표 방탄에만 집중한다면 국민적 반감만 불러올 수 있다"며 "향후 정말 문제인 검사를 탄핵할 때 국민도 반감을 가질 수 있는데, 이조차도 검토하지 않는 것은 결국 혹시 있을 수도 있는 이 대표 재판 결과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국회의 권한이라고 해도 '사법리스크 방탄'에만 매몰된다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국가 운영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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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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