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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이재명표 지원금' 때리는 김동연…"차기 대권행보" 묘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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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동연 경기도지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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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계층을 제외한 어렵고 두툼한 계층에 촘촘하게 주는 게 경기진작을 돕는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약한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고소득층에게 이 돈을 준다고 소비로 연결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상위 20%를 제외한 80% 또는 30%를 제외한 70%”를 지급 대상으로 제안하며 “중산층과 서민에게 훨씬 더 많은 금액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국민 지원금은 이 대표를 상징하는 정책 중 하나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를 지낼 때부터 ‘기본 시리즈’를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웠다. 최근 이 대표도 "선별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음에도 김 지사가 굳이 이 대표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대권 행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대표 측근인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이런 김 지사의 주장에 대해 “보는 시각이 너무 작다”고 비판하는 등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경기도에 부쩍 ‘비명계’가 늘어가는 점도 “이재명에 대적할 세를 결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전해철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경기도정자문위원장에 위촉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22대 총선에서 친명을 앞세운 같은 당 양문석 의원에게 지역구(경기 안산갑)를 내줬다. 그는 위촉식 후 기자들을 만나 “김 지사를 후원하는 역할임을 전혀 부인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경기도 대변인은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강민석 대변인이 맡았다. 이밖에 신봉훈 정책수석(노무현 정부 행정관), 안정곤 비서실장(문재인 정부 선임행정관) 등 친노·친문 인사를 속속 요직에 배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민철 전 의원이 경기도시장증권진흥원장에 임명됐다. 김 전 의원은 전해철계로 꼽힌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최근 라디오에서 “비명이다, 친명이다, 반명이다. 저는 그런 거 별로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며 “배지 안 단 정치인 중 경기도를 위해 일하기에 능력 있고 적당한 분들을 모셔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부쩍 중앙 이슈에 대한 발언도 늘리고 있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명절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자 페이스북에 “추석 연휴를 앞두고 도내 응급의료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고 쓰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논란에도 “윤 정권의 의도가 뻔하다. 전직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주겠다는 잔인한 공작이다. 국민과 함께 대통령님을 지키겠다”고 쓰는 식이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뉴라이트’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광복회관을 찾아 이종찬 광복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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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왼쪽) 경기지사가 3일 오전 제주 4ㆍ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년 제주 4ㆍ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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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김 지사의 행보에 대해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대체로 “적수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실력이나, 인지도로 보나 김 지사가 차기 대권 후보로 이 대표를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사법 문제로 인한 이 대표의 공백 상태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표는 10월 말~11월 초 중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및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늘 상존한다”며 “언젠가 대안론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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