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5 (일)

첨단기업 10곳 중 8곳 "韓도 세액공제 현금으로 줘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한상의, 배터리·디스플레이·바이오協 공동조사

기업들 "직접환급제 '적시 재투자'에 도움"

절반은 "납부 법인세 적어 세액공제액 이월"

#재작년 시설투자를 한 이차전지 부품 제조업체 A사는 2022년, 2023년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 2년 연속 세액공제를 받지 못했다. A사는 "공장 증설은 했지만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고 세액공제액을 당분간 이월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미국처럼 현금으로 환급해 준다면 경영 안정은 물론 적극적인 투자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디스플레이 소재업체 B사는 최근 라인 확장 계획 연기를 검토했다. B사 관계자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이 좋지 않고 세액공제 혜택도 즉각 받을 수 없어 자금수혈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계획대로 라인 확장을 했지만, 투자금액 일부를 즉각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면 투자 결정이 좀 더 신속히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이 국가대항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직접환급제(다이렉트 페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영 안정과 투자 유도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시아경제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바이오협회와 함께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받는 첨단산업 기업 100개사를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접환급제 도입이 기업 자금사정이나 투자 이행 또는 확대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80%에 달했다.

현행 조특법상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대상으로 지정되면 사업화 시설 투자액에 대해 대기업·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방식은 '법인세 공제'에 국한돼 있다. 대규모 초기 투자나 업황 급변으로 충분한 영업이익을 담보하기 어려운 첨단산업 기업엔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응답기업 10곳 중 4곳(38%)은 '현행 법인세 공제 방식'에 대해 '세액공제분 실현이 즉각 이뤄지지 못해 적기투자에 차질을 빚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답했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영업이익과 관계없이 첨단기업의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세액공제액 전부를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다른 기업에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는 지난 3월 시행된 녹색산업 투자세액공제를 통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 투자에 대해 법인세를 상쇄하고 남은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불해준다. 캐나다는 지난 6월 청정기술 관련 자본 투자액의 최대 30%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청정기술 투자세액공제를 도입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법인세 감면을 못 받으면 세액공제액을 10년 간 이월할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를 적기 집행해야 하는 첨단산업 특성상 세액공제 수혜를 즉각 받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빠른 시일 내에 직접환급 제도가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사기업 중 절반가량은 투자세액공제액을 이월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납부 법인세가 세액공제액보다 적어 이월했던 적이 있는지'에 대해 응답기업 50%가 '그렇다'고 답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90.9%) 이월 경험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견기업은 33.3%, 중소기업은 54%였다. '올해 예상 투자액 및 영업이익 등을 감안한 이월공제 가능성'에 대해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는 답변이 51%였다. 대기업 이월 전망(81.8%)이 중소기업(60%)과 중견기업(30.8%)보다 높게 나타났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현행 법인세 공제 방식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수록 혜택이 제한되는 아이너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라며 "다이렉트 페이 도입을 통해 기업들이 즉각 세액공제 효과를 누리고 이를 적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이렉트 페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7월 대표발의한 '조특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