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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비자발적으로 다시 최대주주된 前 회장님... ‘상폐 위기’ 코스닥사 구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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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압용 관이음쇠 제조기업 테라사이언스의 전(前) 최대 주주였던 블루밍홀딩스의 권순백 대표이사가 얼떨결에 다시 테라사이언스의 최대 주주가 됐다. 블루밍홀딩스가 테라사이언스 경영권을 씨디에스홀딩스에 매각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블루밍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권 대표는 씨디에스홀딩스의 반대매매에 비자발적으로 다시 테라사이언스의 최대 주주가 됐다. 테라사이언스는 리튬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폭락 후 현재 거래 정지 상태다. 권 대표는 최대 주주로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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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사이언스 CI. /테라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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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테라사이언스는 지난달 27일 ‘권○○’으로 익명 처리됐던 최대 주주의 이름을 ‘권순백’이라 공개하는 정정 공시를 냈다. 앞서 3월 19일 테라사이언스는 씨디에스홀딩스가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이 반대 매매(담보권 실행)를 당해 최대 주주가 변경됐다고 공시했었다. 그러나 이땐 바뀐 최대 주주가 확인되지 않아 이름은 물론 소유 주식 수, 소유 비율 등이 모두 빈칸이었다.

이후 4개월이 지난 7월 19일 테라사이언스는 최대 주주에 관해 내용을 추가해 정정 공시를 냈다. 최대 주주를 ‘권○○’으로 성만 표기했다. 소유 주식 수는 274만8129주(2.87%)였다. 테라사이언스는 6월 30일 기준 주주명부를 수령해 최대 주주가 누구인지 확인했으나 “회사 경영진과 관계없는 일반 투자자”라며 권 대표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권 대표가 과거 회사의 실소유주였다는 점을 파악한 거래소가 이상함을 느끼고 실명 기재를 요구하자 정정 공시를 다시 낸 것이다.

1993년 삼원금속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테라사이언스는 건설중장비·농기계 등에 사용되는 유압용 관이음쇠를 주로 생산한다. 주요 매출처는 볼보그룹코리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존 디어(JOHN DEERE) 등 국내외 중장비 제조사다. 블루밍홀딩스는 2018년 5월 전환권 행사로 2대 주주에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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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테라사이언스 주가 추이. /네이버페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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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블루밍홀딩스는 지난해 1월 테라사이언스의 경영권 포함 구주를 약 400억원에 씨디에스홀딩스에 넘기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씨디에스홀딩스는 2015년 7월 설립된 투자 목적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 회사는 테라사이언스 지분 663만3403주(7.63%)를 1주당 3762원에 취득했다. 동시에 21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이렇게 총 400억원을 들여 테라사이언스의 지분 13.61%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최대 주주가 씨디에스홀딩스로 변경된 후 테라사이언스의 주가는 급등했다. 2000원을 넘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던 테라사이언스 주가는 지난해 4월쯤 당시 인기 있던 테마인 리튬과 이차전지 사업 진출을 예고해 3배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같은 해 7월 KBS 탐사 프로그램 ‘추적 60분’이 테라사이언스의 리튬 사업이 실체가 없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주가가 떨어졌다. 결국 1000원을 하회하는 ‘동전주’가 됐다.

씨디에스홀딩스는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반대매매를 겪었다. 이 회사는 테라사이언스 최대 주주에 오르면서 보유 주식 전량을 담보로 와이앤제이대부, 더블유대부파트너스 등에 자금을 융통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 하락으로 이를 변제하지 못하면서 담보권이 실행됐고, 결국 지분율이 지난 1월 4.14%까지 하락했다. 결국 테라사이언스는 지난 3월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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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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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사이언스의 소액주주연대는 권 대표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테라사이언스가 현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등으로 거래 정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7월 20일엔 부산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이는 지난 23일 기각됐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파악한 현 경영진의 횡령 혐의에 대해 형사 고발을 추가로 할 계획이다.

현 경영진인 씨디에스홀딩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테라사이언스가 반기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던 건 오히려 전 경영진인 권 대표의 경영 부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씨디에스홀딩스는 오히려 테라사이언스를 인수하고 제대로 사업을 해보기도 전에 길이 막혔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증자 등을 통해 새로운 대주주가 될 투자자를 데려오려 협의 중이다. 이후 현 경영진은 물러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일단 최대 주주가 됐으니 우선은 자본력 있는 양질의 투자자를 유치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만약 이게 여의찮다면 개인적으로 (사재 출연 등으로) 일조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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