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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IBM·딘타이펑도 짐 쌌다… 다시 불붙은 中 외국 자본 대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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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IBM, 연구개발 부문 철수 발표 날

딘타이펑도 14개 점포 폐쇄 밝혀

2분기 해외직접투자 -148억 달러

사상 최저치...3분기 만에 다시 적자

조선일보

지난 8월26일 딘타이펑 화북지역 담당 법인인 베이징헝타이펑요식업유한공사의 양빙쿤 사장이 대만 TVBS방송 인터뷰에서 "10월말까지 화북지역 점포 14곳이 순차적으로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TV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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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형 기술기업 IBM이 8월 하순 중국 내 연구개발(R&D) 부문 철수를 발표했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다롄 등지에 있는 연구시설을 폐쇄하고 1600명가량의 중국인 직원을 정리하기로 했죠.

공교롭게도 같은 날 딤섬 맛집으로 유명한 대만 식당 체인 딘타이펑도 화북 지역 점포 14곳의 영업을 10월말로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인들에게 더 화제가 된 건 기술기업 IBM보다도 유명 맛집인 딘타이펑의 철수 소식이었어요.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중국판 X)에 관련 소식과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IBM과 딘타이펑은 중국에 진출한 지 각각 40년, 20년에 이르는 외국기업이죠. 이런 기업들이 어렵게 쌓은 기반을 놔두고 철수를 결정하는 건 중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본다는 뜻일 겁니다.

외국 기업의 중국 철수 소식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가속이 붙는 분위기에요. 작년 하반기에도 미국 조사회사 갤럽,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등이 철수를 발표했습니다.

◇소비 부진에 영업허가 갱신 않기로

IBM은 그동안 중국 기업과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서버용 컴퓨터 판매, 유지 보수, 컨설팅 등을 해왔는데, 작년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19.6%나 줄었다고 해요. 여기에 미중 기술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 중국 내 자국 제품 소비 선호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딘타이펑은 2001년 상하이 지역에 처음에 진출한 이후 중국 전역에 31개 점포를 두고 있어요. 이중 베이징을 비롯한 화북 지역의 14개 점포를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중국국제무역센터, 시단, 왕푸징 등 베이징 도심 요지 점포들이 모두 포함됐어요.

화북 지역을 담당하는 딘타이펑 법인은 베이징헝타이펑이라는 곳인데, 2004년에 설립됐습니다. 올해 영업허가 기간 20년이 만료되자 다시 갱신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해요.

딘파이펑은 점포 철수 이유에 대해 “영업허가 갱신을 둘러싸고 이사회 내부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고만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2022년말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에도 중국 소비가 부진하면서 손실이 계속 늘어나자 결국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다만, 상하이, 광저우 등지에 있는 나머지 17개 점포는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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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타이펑 화북지역 점포에 게시된 영업 종료 공고문.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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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서도 120억 달러 이탈

외국기업 중국 철수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어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는 -148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3분기 121억 달러의 적자를 낸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적자를 기록했어요. 들어오는 투자액수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작년 3분기 121억 달러의 적자를 낸 건 중국 당국에 큰 충격을 줬죠. 1998년 FDI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분기 FDI가 적자를 낸 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적자를 냈는데 적자 규모가 작년 3분기보다 늘었어요. 중국 FDI는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에 따라 상하이가 봉쇄되기 직전인 2022년 1분기 1072억 달러 증가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려가는 추세입니다.

상황은 증시도 비슷해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6월초부터 중국 증시에서 120억 달러 이상의 외국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작년 3분기 3개월간 109억 달러가 이탈한 데 이어 다시 대탈주가 시작된 거죠. 자금 유출이 계속되자 중국 증권거래소는 8월18일부터 일일 글로벌 자금 흐름 통계 발표를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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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중국경제 비관론이 주요인

작년 하반기 외자 철수는 작년 7월1일 발효된 반간첩법의 영향이 컸어요. 중국 당국이 미국 컨설팅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임원들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리는 등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자 줄줄이 중국 철수를 택했습니다.

올해는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 주요인으로 작용했어요.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4.7%로 시장 전망치(5.1%)보다 훨씬 낮았고, 6월 소비 증가율은 2.0%에 그쳤습니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 거품 붕괴에 발목이 잡혀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죠.

외국 자본 철수는 중국 경제에 큰 타격입니다. 이번 철수로 IBM은 1600명, 딘타이펑은 80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한다고 해요. 지난 수년간 계속된 외국기업 철수로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는 고수익 일자리가 줄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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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 있는 IBM 시스템센터 입구. IBM은 8월26일 중국 연구개발 부문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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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대대적으로 띄운 이유

다급해진 리창 중국 총리는 8월 중순 제조업 규제 완화, 각종 투자 제한 철폐 등 외자 유인책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외자 이탈 흐름을 되돌려놓을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아요.

중국 당국이 8월22일 덩샤오핑 탄생 120주년을 대대적으로 띄운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2년 전 덩샤오핑 남순강화 30주년을 조용히 지나간 것과 대조적이라고 하죠. 시진핑 주석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충실하게 계승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내외에 던진 겁니다.

시 주석은 2012년 당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에도 가장 먼저 선전을 찾아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하고 개혁파로 꼽히는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아들 후더핑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러나 이후 공동부유 구호를 내걸면서 덩샤오핑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른바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을 한 거죠. 이번에는 이런 속임수가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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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덩샤오핑 탄생 120주년 기념식에는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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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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