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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의협 “단지 의사가 환자 곁에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조차도 내려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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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투쟁’ 임현택 의협 회장, 의식 저하…병원 긴급후송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비대위를 출범하지 않고 현 집행부 중심의 투쟁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날 임현택 의협 회장이 급격한 건강 악화로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그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극심한 탈수 증상과 어지러움 증상으로 전날부터 몸을 일으키기조차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단식 투쟁에 돌입한 지 엿새째인 31일 급격한 건강 악화로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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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3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정원 증원 저지·필수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으나 투표자 189명(총원 242명) 중 찬성 53명, 반대 131명, 기권 5명으로 안건이 부결됐다.

임 회장 등 현 회장단이 의대증원 저지에 대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비대위가 대정부 투쟁을 이끌도록 하자는 의도였는데 안건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움직임이 있고, 전공의들이 임 회장 체제에서는 위협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리더십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의협 조병욱·조현근 대의원은 28일부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 청원 동의를 받고 있다. 청원은 다음 달 27일까지 진행되는데, 회원의 4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발의된다.

이들은 "의협이 임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사직 전공의들과 휴학 중인 학생에 대해서도 분란만 만들어냈다"며 "아무런 정책도 사업도 없는 말만 앞세우고 뒷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해 부끄러움은 회원들의 몫으로 남겨왔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에 대해서는 이날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총회에 참석해 "그만두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의협과 임(현택) 회장은 14만 의사를 대표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임 회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감당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 구성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대전협 비대위는 본인 면피에 급급한 무능한 회장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에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김성근 의협 대의원은 투쟁선언문에서 "대통령이 의대증원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수시 모집이 곧 시작되지만 선발은 12월"이라며 "수시 모집이 정원 확정이라고 미리 (고개를) 떨구지 말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싸움은 선제공격을 한 쪽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치는 쪽이 지는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싸움은 끝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들이 힘겹게 버텨오던 대학 병원도 응급 의료부터 무너지고 있다. 연일 언론에서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이 일어날 거라고 대서특필하고 있다"며 "이런 꼴을 만들어 놓은 당사자들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날 총회의 인사말을 통해 "정부가 의사를 악마화하고 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절벽을 향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며 "이제 단순히 의대정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간호법에 국한된 투쟁일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생명불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시작은 윤석열 정권에서 했지만 우리는 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분명한 결착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지난 26일부터 의대 증원과 간호법 입법 등 정부 의료 정책에 반발해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간호법은 진료지원(PA) 간호사의 합법화를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세부 내용은 법 시행령에서 결정된다.

의협 대의원회의 김교웅 의장은 "법과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채 통과시키라는 명령하에 일사불란하게 아무 생각도 없이 친위부대처럼 (간호법을) 통과시켰다"며 "우리 모두는 10년 후를 생각해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장과 병원의 보직을 가진 의대 교수를 향해 "단지 의사가 환자 곁에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조차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으며, 개원의들에게는 "젊은 의사들에게 선배 의사들의 행동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간이다. 지금 바로 일어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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