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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서울에 지진이 발생한 날 ‘롯데월드타워’에선… 1만5000명 한 시간 만에 모두 탈출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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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으로 본 지진 대응 과정

진도 9의 지진까지 견디게 만들어져

5개 층에 화재 등 막는 피난안전구역

최대 15분이면 6000명 모일 수 있어

이곳에서 피난용 승강기 19대로 대피

2016년 경북 경주(규모 5.8)와 이듬해 포항(〃 5.4), 그리고 지난 6월 전북 부안(〃 4.8)까지….

지질학적으로 유라시아판 위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진 위험이 판 경계에 있는 일본보다 적다고 알려졌지만, 앞선 사례를 보듯 더 이상 우리나라를 지진 안전지대로 확언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계는 한반도에서 향후 최대 규모 7.0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데,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대지진(규모 7.0)이 발생한 2010년 소방청은 서울에서 같은 규모 지진 발생 시 수도권 지역 사상자가 약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일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22층에 있는 피난안전구역. 면적 801㎡에 1669명을 동시 수용하며, 1층까지 연결된 피난용 승강기는 7대가 설치됐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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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다섯 번째 초고층빌딩이자 서울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 방문 중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23일 그 곳을 찾아가 대응 과정을 짚었다.

◆피난안전구역으로→승강기로 빠른 탈출

여유로이 시내 전망을 즐기던 오후 2시쯤 지진 발생 방송이 나왔다. 놀란 관람객들을 통제 요원들이 재빨리 비상계단으로 유도했다. 양손으로 머리를 가린 관람객과 상주 직원 등은 계단을 따라 전망대 입구가 있는 117층에서 가장 가까운 피난안전구역이 있는 102층으로 침착하게 이동했다.

롯데월드타워 피난안전구역은 22·40·60·83·102층에 있다. 102층 안전구역은 총면적 576㎡로 1818명을 수용할 수 있다. 전망대 동시 수용 인원(900여명)과 108~114층 오피스 ‘프리미어7’ 상주 인원의 안전한 대피가 가능해 보인다.

창문으로 타워 바깥을 살필 수 있는 피난안전구역은 식수대와 화장실도 갖춰 벙커 역할을 한다. 제연 설비와 방화문 설치로 화염과 연기 유입을 차단하며 대피용 마스크와 산소호흡기 등도 곳곳에 비치됐다.

1분에 500여m 내외 하강으로 신속한 피난을 도와 ‘구명보트’ 별칭이 붙은 피난용 승강기 4대가 102층에서 1층으로 인원을 실어 나른다. 83층과 60층에는 각 2대, 40층에는 4대, 그리고 22층에는 7대가 놓여 타워 전체 피난용 승강기는 총 19대가 설치됐다.

피난안전구역 면적과 수용 인원은 조금씩 다르다. 83층은 면적 447㎡에 총 698명을 수용할 수 있고 60층과 40층은 467㎡와 714㎡로 각각 967명과 917명이 모일 수 있다. 기자가 살펴본 22층 안전구역은 면적 801㎡에 1669명을 동시 수용한다. 다양한 국적 인원을 고려해 대피 안내문은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적혔다.

최대 15분이면 피난안전구역 다섯 곳으로 6000여명이 모일 수 있고, 이곳에서 승강기를 타고 나오는 식으로 대피가 이뤄져 60여분이면 전체 상주 인원(1만5000여명)이 모두 탈출할 수 있다.

◆진도 9까지 견뎌…내진 설계의 핵심은

롯데월드타워는 진도 9의 지진까지 견딘다. 진도는 사람이 지진을 느끼는 정도와 건물 등의 흔들림을 말한다. 진원에서의 거리에 따라 다르고 가속도 단위(㎝/sec²)로 흔들림을 분석한다. 실질 피해 가늠 수치이며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총 12단계로 진도를 구분한 미국식 ‘수정 메르칼리 계급’(Modified mercalli intensity scale)을 쓴다.

미세한 진동을 나타내는 진도 1부터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진도 5, 대다수 견고한 건물 파괴의 진도 10을 넘어 지면이 파도 형태로 움직이는 진도 12까지 나뉜다. 롯데월드타워는 견고한 건물의 피해가 심하고 지표 균열이 발생하는 진도 9까지 견딘다.

건물 중심부에서 롯데월드타워 뼈대 역할을 하는 두께 2m 중심벽체(Core Wall), 그리고 외벽과 맞닿은 8개 기둥(Mega Column)이 내진 설계 핵심이다. 기둥끼리 연결하는 ‘벨트트러스’(Belt truss), 중심벽체와 각 기둥을 잇는 ‘아웃리거’(Outrigger)가 롯데월드타워를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잡는다. 구조물이 설치된 39~44층, 72~75층, 103~106층에는 사람이 살 수 없어서 이들 층의 입주 수익은 포기한 터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는 최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지하 벙커에 버금가는 피난안전구역 등으로 초고층빌딩 안전을 확보했다”며 “구조물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자연재해와 지반 변형 등에 따른 건물 안정성, 위험 여부를 살펴 초고층 건물 재난의 불안감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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