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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현장] 시공 하자로 3차례 누수…새 아파트가 곰팡이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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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 아이들과 에어비앤비 전전…주민들 악취 피해도 주장

연합뉴스

침실 벽면 곰팡이
[촬영 홍현기]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처음으로 장만한 내 집에 설레는 마음으로 입주했는데 물이 새고 집 안 전체에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친정과 친구 집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청약에 당첨돼 지난해 11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14층에 입주한 이모(36·여)씨는 기대와 달리 악몽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시공 하자로 상부층에서 급탕 배관 밸브가 풀리면서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총 3차례나 누수가 발생했고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피었다.

실제로 최근 찾아간 이씨 집 거실·침실·놀이방 등지 벽면과 일부 바닥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이씨가 거실과 침실 벽지를 들추자 안쪽 벽면에서는 푸르스름하거나 검은 곰팡이 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앞서 시공사는 하자를 인정하고 지난 6월까지 3차례 보수 작업을 진행했으나 계속해 곰팡이는 사라지지 않은 채 재발하면서 집안 곳곳으로 번졌다.

이씨는 시공사만 믿고 손을 놓을 수 없어 최근에는 사비 100만원을 들여 전문업체에 검사를 의뢰했는데 집 안에서 '독성곰팡이'인 아르페르길루스와 페니실리움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씨는 "2살과 4살인 두 딸은 곰팡이 때문인지 폐렴까지 걸려 병원에 입원했고 저도 폐렴으로 고생했다"며 "이제는 아이들 건강 때문에 집에 있을 수 없어 에어비앤비와 친정집에 이어 친구 집을 전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하자보수 기간에는 석고보드와 단열재까지 떼어낸 상태로 집 안에서 버텼지만 계속 곰팡이가 번지니 이제는 시공사의 조치를 믿을 수 없다"며 "그러나 시공사는 재발 방지도 제대로 약속하지 못하겠다면서 책임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냄새 때문에 창고로 쓰는 침실
[피해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아파트에서는 다른 100여세대도 곰팡이나 악취 피해를 호소하면서 건설사를 상대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다른 세대의 침실 내부에서는 쇳가루나 지하실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났다. 냄새 때문에 이곳 세입자는 침실 2곳은 사용하지 않고 창고로 쓰고 있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이곳 주민은 "아이에게 공부방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냄새가 너무 심해서 아예 방을 쓰지 않고 창고로만 쓰고 있다"며 "아이 건강 상태가 걱정돼 도저히 방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노했다.

다른 동 18층 세대 주민도 냄새 때문에 침실 2곳을 폐쇄한 채 안방만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직접 악취 측정용 장비로 공기 질을 확인했을 때 실내 공기는 정상치의 9배, 벽체 내부에서는 기기 측정 한계치를 넘어서는 냄새 수치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은 시공사의 부실한 보수 처리를 주장하면서 국토교통부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주민 이모(46)씨는 "아무리 시공사에 민원을 제기해도 법대로 하라거나 국토부 하자심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벽면을 뜯어서 내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 제가 복구 비용을 부담하겠다고도 건설사에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고 강조했다.

시공사는 누수 피해와 관련한 하자는 인정하면서도 다른 세대의 경우 실제로 악취가 나지 않는데 주민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특정 세대의 경우 시공 하자로 상부층의 급탕 배관 밸브가 각각 다른 지점에서 3차례 풀렸고 온수가 아래층으로 새면서 곰팡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자를 인정하고 보수 조치를 하려고 했으나 주민분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인 미상의 냄새와 관련해서는 특정 세대가 다른 주민들을 부추기면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악성 민원과 관련해서는 하자심사 결과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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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벽면에 생긴 곰팡이 자국
[촬영 홍현기]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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