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5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전기차 가격 떨어지고, 금리도 인하?…'캐즘'의 출구로 가는 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슈속으로]

머니투데이

'인터배터리 2024'의 모습 /사진=임한별(머니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올 상반기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의 터널 안에서 길을 헤맸다. 전방 수요가 줄고, 실적까지 꺾이기 시작하자 투자 재검토 카드를 줄줄이 꺼내들었다. 하지만 캐즘의 출구를 향한 실마리들도 조금씩 발견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 넘긴 침투율, 고금리에 '캐즘' 태동

캐즘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중반 무렵부터 제기됐다. 각종 배터리·소재 관련 주식들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던 시절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전방 수요가 심상치 않다"는 말들이 나왔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며 본격적인 캐즘 국면에 돌입했다.

캐즘 현상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양극재 수출량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소재인 양극재의 수출은 전기차 전방 수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K-양극재의 주요 고객들이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7만5345톤, 2분기 7만1548톤, 3분기 7만7454톤에 달했던 양극재 수출은 4분기들어 4만9023톤으로 주저앉았다.

유럽의 경우 전기차 침투율(신차 판매 비중)이 20%대에 근접하며 성장세가 한 풀 꺾인 것으로 파악된다. 내연기관 대비 비싼 돈을 내면서도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는 얼리어답터들 대부분이 구매를 완료한 시점이 도래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결정타를 날렸다. 미 연준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제로'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5.50%까지 급격히 올렸다. '긴축'이 글로벌 트렌드가 되며 고가의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깊어진 캐즘…전기차 가격은 떨어진다


머니투데이

배터리 3사 상반기 영업이익 추이/그래픽=윤선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캐즘의 계곡은 올들어 더욱 깊어졌다. 올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영업이익 총합이 지난해 대비 10분1 수준으로 줄어들었을 정도다. 기업들은 캐즘 극복의 열쇠를 '전기차 가격'이 쥐고 있다고 본다. 얼리어답터를 넘어 일반적 소비자들도 거리낌없이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가 관측됐다. 글로벌 전기차 컨설팅기업 아다마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기차 1대를 만들 때 사용하는 평균 원자재 비용은 올 상반기 6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1674달러) 대비 반토막난 것이다. 이는 곧 전기차 가격이 갈수록 저렴해질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주요 메탈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다.

지금까진 메탈 가격 인하가 기업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해왔다. 배터리·소재 가격은 메탈 가격에 연동한다. 그런데 메탈 가격은 지난해부터 캐즘 등의 영향으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과거 비싼 가격에 확보한 메탈로 배터리와 소재를 만들어 값싼 가격에 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구도가 반년 넘게 지속되며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됐지만, 이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메탈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다면, 전기차 가격이 떨어질 것이고, 이는 당연히 수요를 자극할 요소가 된다.


금리인하도 목전…"버티면 승리"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 미국 연준은 지난달 3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일본은행은 31일 단기 시장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 정도로 끌어올렸다. 일은의 추가 금리 인상은 마이너스 금리가 종료된 지난 3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인하 역시 머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금리인하'를 사실상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떨어진다면 전세계적인 긴축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부터 자동차 할부 금리가 하락하며 전기차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엔 이르다. 전기차 시장 선행지표인 양극재 수출은 올들어 월 2만톤 내외를 꾸준히 보이며 회복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1만4480톤으로 갑자기 줄었다. 그만큼 수요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같은 전기차 지원을 모두 폐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확실한 것은 캐즘이라는 것은 일시적 현상에 가깝다는 점이고, 그 끝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는 신호들이 조금씩 관측되고 있다는 것이다. 캐즘 국면이라지만, 여전히 전기차 시장은 연 20% 수준의 성장이 지속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가 지나고 나면 반격의 타이밍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버티는' 기업이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