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세대들이 청소년들에게 환경기후 문제 떠넘기고 있다"
"북한 아사자 300만명은 최소의 숫자…우리도 믿기 어려웠다"
2024년 5월21일 기후소송 마지막 공개 변론 참석 앞둔 한제아 어린이 |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청소년들은 태어나고 보니 엄청나 환경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인데 그 해결은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포감을 느끼게 됩니다."
유정길(65)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지난달 18일과 25일 연합뉴스와의 두차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 대표는 "현재 우리는 기후환경 위기 상태에 직면해 있다"면서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정화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세대들이 생태주의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위기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1959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유 대표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을 따라 서울 미아리로 올라와서는 이곳에서 성장했다. 그는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재학 당시 야학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총학생회 간부로서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10개월간 투옥 생활을 했다.
그는 45년간 급여가 거의 없는 사회운동가로서의 삶을 멈추지 않고 지속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불교환경연대 유정길 대표 |
-- 본인은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에 대한 열망이 높다 보니 독학으로 기타와 피아노 등을 익혔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찬송가를 피아노로 칠 수 있게 됐고, 학교 중창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데는 유전적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할머니가 춤과 노래를 좋아하셨다. 아버지도 술을 마시면 기타를 치면서 우리 형제자매 4명에게 나란히 앉아 노래를 부르게 하곤 하셨다. 남동생이 중학교 때 장학금으로 4만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우리 형제자매들이 종로의 신신백화점에 가서 7만원짜리 풍금을 구입한 적도 있다. 모자라는 돈은 우리 형제자매들이 보탰다. 그 백화점은 지금의 SC제일은행 본점 자리에 있었는데, 그 풍금을 사 오면서 우리들은 한껏 들떠 있었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같이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걸 좋아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우애를 만들어준 것이 음악이었다.
▲ 2000년 초에 해외 공동체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미국 트윈 오크스(Twin Oaks)라는 공동체에서 2개월간 살았다. 나의 유창하지 않은 언어로는 그들과 가까워지기 어려웠지만 언어 외의 다른 방법이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모임이나 춤추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사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한국에서 정토회나 '60+기후행동'(시니어 환경운동 단체) 활동에서도 음악이 끈끈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지만 '우리에게 음악적 자산을 물려주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음악이나 미술을 잘하는 것은 노후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20대에는 국영수(국어·영어·수학)가 중요하지만, 60세 이후에는 음미체(음악·미술·체육)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과거 서대문교도소 내부 모습 |
-- 본인은 학생운동을 하다 10개월간 투옥됐는데, 감옥생활은 어떠했나.
▲ 처음에는 서울 서대문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곳에는 미결수들이 있었고, 기결수가 되면 안양교도소로 이감됐다. 안양교도소에도 기결수들이 계속 들어와서 방이 부족하게 되면 다른 교도소로 가게 된다. 내가 전북 전주 교도소에 있을 때 2층에는 기독교 방, 가톨릭 방, 서예 방이 있었다.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님은 서예 방에 있었다. 학생들은 1층 독방에 수감됐는데, 책을 읽고 통방을 통해 토론하곤 했다. 책은 하루에 1권 정도는 읽었다.
-- 학생들이 간수들로부터 폭력적 대우를 받지는 않았나.
▲ 감옥생활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서대문 교도소에서는 여러 미결수와 같은 방에 있었는데, 다양한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는 감방에 처음 들어오면 폭행당하는 신고식이 있었지만 1985년 당시 학생들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다. 오히려 감방에 있는 기존 수인(囚人)들이 학생들을 반겼다. 학생들은 처우에 문제가 있으면 교도소 측에 거세게 항의하니 학생이 있는 방은 간수들이 함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감방 안에서 나의 또래 2명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기후 위기에 대해 목소리 내는 미래세대 |
-- 본인은 '탄소환원주의'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그건 무슨 말인가,
▲ 사람들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기후 위기에만 집중하는데, 이게 바로 탄소 환원주의다. 1990년대 환경 문제는 기후 문제, 생물다양성, 오존층 파괴 3가지였다. 이중 오존층 파괴는 그 요인인 염화불화탄소의 대체 물질이 나오면서 급속도로 해결됐다. 남아 있는 두 가지 문제 중 생물 다양성에 관해서는 관심이 줄어들고 있고 오직 기후 문제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후 문제는 하나의 작은 시그널일 뿐이다. 나는 기후 문제만 해결하자는 게 아니다. 기후 문제를 통해 전반적으로 우리가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하고, 빨리 방식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 청소년들은 환경문제, 기후 문제에 대해 기성세대보다 걱정을 많이 하는 듯한데.
▲ 청소년들은 태어난 죄밖에 없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무서운 기후 위기, 환경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한다. 현재의 환경문제는 이들 청소년이 유발한 게 아니다. 지금의 기성세대와 정책 결정권자들이 그 책임자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환경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삶의 터전을 더 이상 훼손하지 말고 자원을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탄의 해맑은 어린이 |
-- 본인은 성장 중심의 GDP(국내총생산) 자체가 환경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다고 생각하나.
▲ GDP(Gross Domestic Production)는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부터 세계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생산량 지표다. 생산을 얼마나 했느냐를 기준으로 발전을 측정한다. 문제는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가도 GDP가 올라간다. 건물이 무너져 다시 지어도 GDP가 늘어난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건물이 붕괴되지 않는 사회가 행복한 곳인데, 이런 것은 GDP에 반영되지 않는다. 오늘날 기후 위기는 GDP 중심의 잘못된 성장 중심주의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본다. 대안적 지표가 나와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국민총행복지수(GNH)다.
-- GNH 지표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있나.
▲ 1972년 부탄의 국왕이 국민총행복지수(GNH)를 만들어 제시했다. Gross National Happiness의 약자다. 히말라야산맥 밑에 있는 작은 나라가 이런 주장을 했을 때 많은 나라들이 비웃었다. 행복이 지표가 될 수 있느냐면서 웃음거리가 됐다. 지금은 반대로 지구 환경위기를 맞아 GDP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과 프랑스 정부 등은 GDP를 폐기하고 대안적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주목되는 것이 GNH다. 정토회의 법륜스님은 부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오지마을에 서구사회를 부러워하지 않는 '전통에 근거한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활동에 협력하고 있다.
-- GNH의 기본 요소는 무엇인가,
▲ 국민의 행복도를 중시한다. 첫 번째가 심리적인 웰빙과 행복이다. 두 번째가 건강, 세 번째가 시간 활용과 균형, 네 번째가 교육, 다섯번째는 문화 다양성과 회복력, 여섯 번째는 좋은 거버넌스(지배구조), 일곱번째는 지역 활성화, 여덟 번째는 생태 다양성, 아홉째는 생활 수준이다. 이 9가지를 기준으로 사회의 행복도를 평가한다. 부탄은 교육이나 의료가 무료다. 문맹률도 낮다. 눈이 오면 공휴일이 된다.
고(故) 이태석 신부 |
-- 심리적 행복이 중요하긴 한데, 경제발전보다 심리적 행복에 집중하다 보면 국방력이 약해져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당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가.
▲ 성장주의에서 행복은 경제 발전만이 유일한 척도였다. GNH는 심리적인 행복뿐 아니라 적절한 경제발전, 생태환경, 건강, 교육, 참여적 정치 등의 균형을 중시한다. 국방력은 '방어적 충분성'에 따라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 나라를 스스로 방어할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뒤에 내부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 좋은 차를 몰고 싶고, 비싼 아파트에 살고자 하는 욕망은 매슬로의 5단계 욕구 가운데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과시적 요구인데, 인간의 이런 기본 욕구를 무시하고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게 타당한가.
▲ 광고와 마케팅 등으로 욕구와 욕망이 사회적으로 부추겨지고 있다. 성장 중독의 사회는, 빨리 버리고 신속히 구입하도록 유도해 더 많이 소비하는 인간형을 만들었다. 인간은 자아실현을 비롯한 정신적 욕구가 충족돼서 행복감이 높아지면 물질 소비에 대한 갈망은 줄어든다.
-- 계층 사다리에서 위로 올라가려는 것도 인간의 기본 욕망 아닌가.
▲ 우리 사회에서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적 무의식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높은 직책으로 가려는 생각이 없고,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도 없다. 다른 사람과의 협력적 관계를 넓혀가고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로의 성공보다는 옆으로의 성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전태일 열사나 이태석 신부, 테레사 수녀처럼 사랑을 베푸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분들이 있다. 불행하게도 그런 분들은 소수이지 않은가.
▲ 사람은 혼자 이뤄내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다른 사람과 협력해서 성취하고 싶은 욕망도 있다. 가족 내에서 나 혼자 잘 되는 게 아니라 가족 모두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사회에서도 구성원들이 그런 마음과 행태를 가질 수 있다. 이제는 이런 공동체 정신을 중시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는 유정길 대표 |
-- 본인은 2002년부터 4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 활동을 했는데.
▲ 불교 정토회의 국제 구호단체인 한국JTS가 나를 포함해 2명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했다. 현지인 운전사 겸 통역사,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자원봉사자들과 팀을 이뤘다. 우리는 아프간에 긴급 지원 활동을 벌였다. 난민수용소에서 60개 정도의 텐트 학교를 세우고, 현지 선생님들을 훈련하는 일도 했다. 아이들에게 영양 급식도 했다. 마을 개발 협력 사업도 진행했다.
-- 위험하지는 않았나.
▲ 항상 주머니에 100달러를 넣고 다녔다. 습격당했을 때 돈이 없으면 죽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활동하다 피해를 본 사람도 있나.
▲ 우리를 도우면서 다른 단체의 일도 하는 현지인 1명이 습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우리가 사업을 하려는 마을에서 난민 캠프로 차를 타고 가다 탈레반의 습격을 받았다. NGO(비정부기구)는 모두 미국 편이라고 간주해서 공격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을 지원사업을 벌이는 유정길 대표 |
-- 마을에서는 어떤 지원활동을 했나.
▲ 깊은 시골 마을에 들어가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했다. 농업용 방죽(저수지)이나 학교를 지어달라는 요구가 있으면 우리는 자재와 식량을 지원할 테니 부지와 노동력을 내놓으라고 요청했다. 마을 사람들이 협력하며 성취감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우리가 공을 들였던 한 마을이 있었다. 그곳 주민들도 처음에는 노동력을 제공하겠다고 해놓고는 1년 후의 시점에서 우리에게 인건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더 좋은 지원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나라의 단체와 사업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알고 보니 그 외국 단체는 부지 구입비와 인건비까지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 마을에서 1년간 함께 살며, 밥도 먹고 아이들과 놀면서 공을 많이 들였기에 화가 많이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 깊은 마을에 들어갔다. 우리는 "기업이라면 부지구입과 인건비를 주며 일을 시키겠지만, 우리는 기업이 아니다. 학교를 지으면 여러분의 자녀들이 다니는 곳이니 여러분이 직접 일을 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 설득에 성공했나.
▲ 한 마을의 입구에 큰 계곡이 있었다. 도로가 있었지만, 양쪽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계곡에 다리를 세우면 통행하는 데 편리할 것이라면서 지원을 요청해왔다. 우리는 자재를 제공할 테니 마을주민들이 직접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마을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며 주민들을 설득했고, 결국 큰 다리 2개와 작은 다리 1개를 만들었다. 학교 건물도 지었다. 그 사업은 감동적인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업을 진행해 나갔다.
--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어떠한가.
▲ 순박하고 품위가 있는 사람들이다. 가난하지만 전통적인 가치가 있고, 손님을 극진히 대접한다.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고맙고 그리운 얼굴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2001년 기근으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북한 어린이 |
-- 불교 정토회가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당시에 굶어 죽은 사람이 300만명이라는 통계를 처음 발표했다고 하던데.
▲ 정토회 안에 '좋은 벗들'이라는 단체가 있다. 난민과 분쟁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당시에 우리는 이 단체를 통해 기아로 고통받는 북한을 지원하자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국제단체들은 북한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데이터가 있어야 지원하겠다고 했다. 실태 파악이 필요했다. 우리는 중국 쪽 국경 지역에 들어가 탈북민을 보호해주면서 심층 면담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음식과 옷, 먹을 것을 주면서 3천여명을 인터뷰했다. 북한에서 살았던 마을의 전체 인원과 그 마을에서 몇 명이 죽었는지, 어떻게 사망했는지 등을 상세히 물었다. 1997년에 시작한 인터뷰는 4∼5년이나 걸렸고, 이렇게 해서 도출된 결과는 우리도 믿기 어려웠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고난의 행군'시기에 굶어 죽은 사람이 300만명이라는 숫자가 나오게 됐다. 이 수치도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1990년대 중후반에 북한 주민 300만명이 굶어 죽었다는 것은 팩트라고 본다.
-- 300만명이 굶어 죽었다고 발표했으니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을 듯하다.
▲ 북한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보수단체라면서 공격했다. 많은 진보 쪽 단체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북한에서 300만명이 굶어 죽을 수 있느냐"면서 말도 안 되는 조사 결과라고 했다. 우리는 팩트에 접근하기 위해 바닥에 뛰어들어 조사했고, 그 결과는 우리도 믿기 어려웠지만 분명한 팩트였다. 보수 쪽 사람들은 북한의 기아 사태를 북한에 대한 지원보다는 붕괴의 수단으로 보려 했다. 빨리 북한을 망하게 하는 것이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탈곡하는 북한 협동농장 주민들 |
-- 당시 정토회는 이념적으로 어떤 입장이었나.
▲ 정토회 산하의 '좋은 벗들'이나, 국제구호기구인 '한국JTS'는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하며,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하고, 아이들은 제때 배워야 한다'는 슬로건으로 활동했다. 진보와 보수에서 벗어나 인도주의와 팩트에 근거한 활동을 해왔다. 이념으로는 자본주의의 비인간성, 사회주의의 비효율성을 넘어서는 공동체적 사회를 지향했다.
-- 본인은 협동조합이나 협동 사회에 관심이 많은가.
▲ 협동조합 방식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방식이어서 관심을 갖고 있다. 생태주의적 사회에도 잘 어울린다고 본다.
칠레 수비망 돌파하는 메시. 그는 20여년간 축구 구단 FC바르셀로나에서 활약했다. |
-- 협동조합 방식을 예로 든다면.
▲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고 좋은 생산자와 계약해 식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어떤 학부모들은 점수 따기에만 급급해하는 경쟁 교육이 아니라 협력 교육을 원한다. 이들이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만들어 그 취지에 맞는 교사를 구하고, 대안적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운영한다. 아파트에도 협동조합 방식이 있다. 경기도 별내와 지축에는 협동조합 방식의 아파트형 마을공동체가 있다. 별내에 491세대, 지축에 540여세대가 있다. 이 민간 임대주택에는 많은 공동체 부엌과 모임방이 있다. 청소와 관리는 입주 조합원들이 직접 한다. 비용도 적게 들고 고용도 창출한다.
-- 외국에서는 이런 협동조합 방식이 많은가.
▲ 유럽에는 협동조합 방식의 전통적 기업들이 많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도 그러하다.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는 협동조합의 도시라고 할 정도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지역은 거대한 협동조합 공동체 도시다.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가 활동했던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는 20만명의 조합원의 협동조합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불교환경연대 유정길 대표 |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우리 사회가 '성장'에서 '성숙'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성장 사회가 아니라 돌봄 사회가 되는 것이다. 개인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과 협력해서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 현재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고려하는 것, 인간 중심이 아니라 동물을 비롯한 다른 생명들과 평등하게 사는 것이 이뤄졌으면 한다. 현재는 사람 간의 무한 경쟁이 인간성을 파괴하고 이는 자연을 훼손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취재지원 이은도 김연수 장종우 인턴 기자)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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