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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미친 여자'처럼 보이고 싶었다…처음 본 고민시의 광기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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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즐레]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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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드라마 제작진은 본편을 공개하기 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티저 예고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짧은 예고 영상으로 드라마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낀 대중의 실제 본편 시청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당연히 공을 들여 제작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이하 '아없숲')는 예고 영상을 굉장히 잘 뽑은 작품이다. 2분 남짓의 짧은 분량인데도 그 안에 응축된 배우들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냈고,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임팩트 있게 살려 극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예고 영상을 보고 나면, 지금껏 본 적 없는 배우 고민시의 의외의 모습들이 뇌리에 박힌다. 영화 '마녀'에서 신선한 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 가슴 저린 아련함을 선사하고, '스위트홈' 시리즈에서 까칠한 소녀의 성장기를 그려내고, 영화 '밀수'에서 통통 튀는 존재감을 드러냈던 고민시가 '아없숲'에서는 또 다른 얼굴을 장착했다.

예고편 속 짙은 메이크업과 화려한 의상으로 겉모습부터 새로운 느낌을 준 고민시는 극의 미스터리함을 살리는 묘한 표정들로 영상을 가득 채웠다. 특히 고민시가 토마토스파게티가 담긴 접시에 머리를 박고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는 장면이 주는 압도적인 강렬함은, '아없숲' 본편을 정주행하게끔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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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8부 전편이 공개된 '아없숲'은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처럼,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다. 이 작품은 2000년대 초반과 현재가 교차되며, 모텔 사장 구상준(윤계상 분)과 펜션 사장 전영하(김윤석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고민시는 전영하가 운영하는 펜션의 미스터리한 손님 유성아 역을 소화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숲속, 영하의 펜션에 어느 한여름, 성아와 어린 남자아이가 손님으로 찾아온다. 다음 날 손님이 떠난 후 영하는 방에 남은 LP판에서 핏자국을 발견하고, 화장실까지 깨끗하게 청소하고 떠난 손님의 행동에 의문을 품는다. 영하는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그날 펜션에서 나간 건 성아 한 명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의혹을 덮는 선택을 한다. 그로부터 1년 뒤 성아가 다시 펜션에 나타나고 영하의 펜션에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인다. 영하는 종잡을 수 없는 살인마 성아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성아에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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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없숲'에서 유성아란 캐릭터는 초반에는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느낌을 보여주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본성을 드러내며 광기 어린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고요한 숲속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김윤석이 연기하는 전영하에 맞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고민시가 기존에 배우로서 갖고 있던 이미지와 연결 짓기 쉽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유성아 역할에 고민시가 낙점됐다.

'아없숲'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연출한 모완일 감독의 작품이다. 모완일 감독은 고민시와 두 번의 미팅을 진행했는데 찰나의 순간, 고민시에게서 유성아의 느낌을 발견했다고 한다.

"제가 대본을 봐도, 이건 제가 선택받을 수 없는 캐릭터라 생각했어요. 솔직히 돼도 문제라고 봤죠. 그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한테 왜 절 선택했는지 여쭤봤어요. 찰나의 포인트에서 제가 유성아 같았대요. 감독님과 두 번째 미팅 때, 제가 새로 산 구두를 신고 갔어요. 보통 미팅에는 캐주얼하게 가는 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 구두가 너무 신고 싶더라고요. 그때 리딩이 끝나고 인사를 나누는데, 감독님이 '구두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특별한 날만 신는 거예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하기 직전 3초 동안 제가 지은 표정에서 유성아를 느끼셨대요. 정말 관찰력이 뛰어나시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제 표정을 포착하신 거예요."

그렇게 캐스팅이 된 후, 고민시는 자신을 선택해 준 감독과 김윤석, 윤계상, 이정은 등 이 작품을 함께 하는 선배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밤을 새우며 작품을 준비했다. 유성아 캐릭터를 잡아가며 고민시가 중점을 둔 부분은, 유성아가 왜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지 납득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유성아는 살인마잖아요. 이 여자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 납득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전 연기하는 입장에서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잖아요? 감독님과 작가님께 유성아의 전사에 대해 여쭤보고, 그걸 이해하고 그리려 했어요. 다만 그걸 극에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죠. 그냥 '미친 여자'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유성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일종의 놀이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란 걸 나타내고자 했어요. 마치 놀이를 하듯 그런 (끔찍한)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는 걸, 그런 느낌들이 잘 드러나게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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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시가 그린 유성아는 단순한 '미친 여자'가 아니다. 이상하고 기괴한데 묘하게 치명적이고, 행동들을 이해할 수는 없는데 계속 궁금증이 남는 캐릭터다. 다만 유성아의 전사가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으니, 후반부로 갈수록 병적인 집착을 보이며 자극적인 행동을 일삼는 유성아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저도 그런 지적을 이해하고, 그건 시청자들의 몫이라 생각해요. 다만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건,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의 이야기라는 거예요. 그래서 살인마에 너무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살인마에 전사나 서사를 부여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득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남겨진 피해자의 심리가 잘 보일 테니까요. 전 개인적으로, 약간은 불친절할 수 있는 이 드라마가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 느꼈어요. 극 중에 '자극적인 살인마들에 대한 이야기 말고, 남겨진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대사가 있는데, 전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그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참 좋았어요. 제 캐릭터에는 후회가 없어요. 할 만큼 했고, 모든 걸 걸었으니까요. 제 역할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건 상관이 없어요. 다만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좀 더 집중해 주시면 좋겠어요."

'아없숲'은 미장센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여름 초록빛 숲속에 자리 잡은 펜션은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음산해 보이기도 한다. 그 속에 스며드는 미스터리한 인물 유성아는 진한 메이크업과 색감이 화려한 의상으로 캐릭터에 더욱 극적인 효과를 준다.

"여러 가지 의상을 준비했는데, 후반부에는 피부가 드러나는 의상을 많이 입으려 했어요. 섹슈얼한 모습을 드러내려 한 의도는 아니었고, 유성아의 몸에 있는 뼈나 근육들이 보여서 더 동물적인 날것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등 라인이 드러나는 의상을 선택했던 게, 액션신에서 등 쪽 척추뼈가 드러나며 좀 더 기괴한 장면이 나온 거 같아요. 그런 식으로 몸을 만들려 노력했고, 체중 감량을 많이 했죠. '스위트홈' 때 47kg까지 만드느라 힘들었는데, 이번엔 43~44kg까지 뺐어요. 근데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이 극에 몰입하고 다음 날 촬영해야 할 장면이 너무 기대되고 설레, 뭔가가 먹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극한의 다이어트를 하면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고민시는 '아없숲'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아 오히려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말한다.

"부족한 에너지는 현장에서 다 채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어려운 캐릭터지만, 현장에서 받는 에너지가 밥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배불렀어요. 그 정도로 너무 좋았고 행복했어요. 제가 몸을 내던지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순간들이 아깝지 않았고, 할 수 있으면 뭐든지 더 하고 싶단 생각으로 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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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시가 현장에서 행복을 느낀 이유 중 하나는, 대선배 김윤석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다는 것이었다. 유성아는 김윤석이 연기한 펜션 주인 전영하를 끊임없이 압박하고 도발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존재다. 고민시는 김윤석에 밀리지 않는 강한 에너지로 극을 휘어잡았다.

"제가 언제 존경하는 윤석 선배님을 도발해 볼 수 있겠어요. (웃음) 제가 현장에서 선배님과 호흡했던 대사, 대사 없이 눈빛과 공기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저한테 큰 배움이었고 재산이에요. 그런 순간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서, 그 현장을 사랑했어요. 선배님이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선배님이 악역을 맡았을 때의 무게감을 전해 주시면서, 악역에도 희로애락이 담기면 좋겠다, 극 중 다수와 겨뤄 외로운 인물인데 그런 점을 포인트로 살려 입체적으로 만들면 좋겠다, 그런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고민시는 대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며, 떨거나 크게 긴장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긍정적인 긴장감으로 순간을 즐긴다고 한다. 이게 가능한 건, 촬영 전날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촬영 당일 현장에서는 모든 고민과 걱정을 날리고 딱 그 순간에만 본능적으로 집중하기 때문이다.

"촬영 전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하고 가는데, 현장에선 고민한 걸 다 날리고 상대방의 리액션에 따라 본능적으로 맞추려고만 해요. '여기서 이렇게 해야지' 틀을 정해놓고 연기한 건 '마녀'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그 이후 작품들은, 현장을 믿고 그 순간에 절 맡겼어요. 저에게 맞는 연기가 뭘까,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 봤는데, 현장에 다 맡겼을 때 저도 모르는 표정이 담기고 날것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더 생동감 있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없숲'을 통해 새로운 연기에 도전한 고민시는 그 자체만으로 배우로서 큰 성과를 얻었다. 여기에 이 작품이 그녀에게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연기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자존감이 무너졌을 때 이 작품을 만났고, 이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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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쯤, 제가 여러모로 연기에 한계를 느끼고 부딪힌다는 느낌이었어요. 체력적으로도 안 따라주고, '스위트홈'을 촬영하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때예요. 그러다 보니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는데, 그때 '아없숲'을 만났어요. '아없숲'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많이 얻었어요.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고요. 저도 몰랐던 저의 새로운 얼굴이 모니터에 담길 때마다, 감사하기도 했어요. 작품마다 '나에게 이 작품이 온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제 20대의 마무리이자 30대의 시작인 작품이라, 연기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저한테 큰 지표로 남을 거 같아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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