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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뇌종양에도 하루 17시간 배달… ‘수익 전국 1등’ 기사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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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백내장 앓고도 하루 17시간 근무

조선일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배달대행 업체 앞에 배달용 바이크가 주차되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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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입 1등’ ‘생활의 달인’ 등으로 방송에 소개됐던 배달기사 전모(41)씨가 신호위반 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실이 전해진 뒤, 그를 인터뷰했던 한 유튜버가 고인의 밝은 모습을 추억하는 글을 남겨 안타까움을 안기고 있다. 당시 전씨는 사업 실패로 힘들었던 과거와 뇌종양 등을 앓고 있는 사정 등을 공개했는데, 이 인터뷰도 재조명돼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는 지난달 31일 오후 2시30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근무 중이던 전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교차로를 통과하던 중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한 시내버스에 치였다. 전씨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지난 25일 오후 11시쯤 끝내 세상을 떠났다.

비보가 전해지자 작년 5월 전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유튜버 험쎄TV는 채널 커뮤니티 글을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참담한 소식을 전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1·2차 수술 후 잘 버티셨는데 결국 고인이 되셨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으로 ‘나도 이렇게 사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말하셨던,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기사분”이라며 “본인의 힘들었던 얘기를 덤덤히 하시면서 ‘지금은 잘하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던 그 모습이 눈에 아직도 선하다. 하늘나라에선 아프셨던 것 다 잊으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전국 수익 1위 배달기사로 방송과 유튜브 등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한 배달 대행 플랫폼 업체로부터 2022년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한 배달기사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해 하루 평균 200~250㎞를 주행해 110건 이상의 주문을 소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험쎄TV와의 인터뷰에서도 1년 5개월간 2억 800만원을 번 은행 자료를 공개하며 “쉬는 날 없이 매일 출근한다. 근무 날은 무조건 100건 넘게 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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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가 작년 5월 유튜브 인터뷰를 마치고 배달을 위해 떠나던 모습. /유튜브 채널 '험쎄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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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당시 오전 9시에 출근해 새벽 2시까지 근무하는 쉴 틈 없는 일과를 전하며 과거 어려웠던 시절과 현재 투병 중인 병들에 대해서도 털어놨었다. 그는 “제가 잘하는 건 꾸준히 하는 것뿐이다. 전국 1등이나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목표는 없었다”며 “배달 하기 전 개인 사업이 잘 안돼 찜질방에서 눈치 보며 살았다. 제 눈에 보이는 건 배달밖에 없었다. 그렇게 밥도 안 먹고 일했고 하루하루 쌓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뇌종양을 앓고 있어 치료 중이다. 뇌압이 올라가면 안 돼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눈도 백내장이라 렌즈를 껴 가리고 있다. 우울증도 앓고 있다”며 “하루에 먹는 약이 30알이 넘는다. 진통제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저도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날을 맞고 정상적인 삶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며 “분명 지금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직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면 좋은 날이 있을 거다. 저도 안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 영상에는 네티즌들의 추모 댓글이 계속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나태했던 저에게 귀감이 되셨던 분”이라며 “이젠 푹 쉬시길 바란다. 수고 많으셨다”는 글을 썼다. 또 “동종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깝다” “안타깝고 황망하다” “형 덕분에 감사했다” 등 같은 배달기사와 지인들의 마지막 인사도 이어졌다.

한편 경찰은 사고를 낸 50대 남성 버스기사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A씨를 입건했는데 전씨가 숨져 혐의를 바꿔 적용했다”며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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