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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손태승 취임 후, 친인척 대출 4억→600억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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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대출 의혹 우리銀 압수수색

검찰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이 관련된 우리은행의 350억원대 부당 대출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한다. 검찰과 금융 당국은 우리은행의 거액 대출에 손 전 회장이 연관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는데, 수사 확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27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과 선릉금융센터 등 사무실 8곳을 포함해 사건 관계자 주거지 4곳 등을 압수 수색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350억원 규모 부당 대출 28건을 해준 사실을 적발하고, 대출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꾸민 관련자들을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 기간에 손 전 회장의 친인척들이 우리은행에서 받은 대출이 총 616억원(42건)에 이르는데, 그중 350억원은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 과정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됐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수사 확대 여부 주목

이날 압수 수색은 표면적으로 사문서 위조 혐의와 관련해 진행됐다. 하지만 압수물 분석을 통해 향후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과 금융 당국은 우리은행이 대출 서류 진위 확인을 안 하거나 담보·보증을 적정하게 평가하지 않았고, 대출금도 용도에 맞지 않게 유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손 전 회장의 관여 여부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부당 대출 적발 이후 손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련 대출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금융 당국 관계자는”수사기관에 의뢰해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손 전 회장 취임 전 우리은행이 취급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은 4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향후 검찰 수사는 대출금 용처를 규명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검사 결과, 손 전 회장 친인척들의 우리은행 대출 가운데 19건(269억원)에서 부실이나 연체가 발생했고, 대출금의 용도 외 유용 점검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출금이 손 전 회장 친인척을 통해 다른 곳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은행, 사건 왜 숨겼나

금감원은 우리은행 경영진이 부당 대출 사실에 대해 이미 지난해 9~10월쯤 인지하고도 금융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보고를 누락한 점이 사태를 키웠다는 평가가 많다. 은행법 34조 3항은 ‘은행이 횡령·배임 등 금융 범죄와 관련한 금융 사고를 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금융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설명 자료를 통해 “대출 심사 소홀 외에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은행 직원이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한 것은 규정상 금융 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금융 당국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신감리 부서는 지난해 9~10월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사실을 인지했다. 관련 내용은 현 은행 경영진에게 보고됐으나, 금감원에는 보고되지 않았다. 부당 대출을 주도한 우리은행 본부장급 관계자는 은행 감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퇴직했다.

이후 올해 1~3월 진행한 자체 검사와 4월 내부 징계 과정에서도 우리은행은 관련자의 범죄 혐의를 인지했지만 금융 당국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에 이 사안이 최초 보고된 시점은 지난 5월 23일이었다. 이렇게 보고가 지연된 것이 현직도 아닌 전직 회장과 관련된 사안임에도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대응에 나선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방송에 출연해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과 관련해 “전 경영진에서 벌어진 문제지만 새로운 지주 회장과 은행장 체제가 1년이 훨씬 넘은 상황이고, 이런 일을 수습하는 방식에서 과거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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