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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체포, ‘미 배후설’ 등 정치 문제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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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러시아 모스크바의 프랑스 대사관 화단에서 25일 시민들이 프랑스 당국에 의해 체포된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를 지지하는 표시로 텔레그램 로고인 종이비행기를 놓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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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에서 일어난 범죄행위를 규제하지 않은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된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 사건이 정치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 정치권 일부에선 미국 배후설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혐의들은 매우 심각하며 상당한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통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자 대기업 대표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가 프랑스 시민이기도 하다는 사실 때문에 상황이 복잡하다”고 했다.



앞서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두마(하원) 의장은 전날 성명을 통해 “텔레그램은 미국이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몇 안 되는 인터넷 최대 플랫폼”이라며 미국이 두로프 체포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그는 “(11월) 미국 대선 직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텔레그램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증거는 없이 미국이 텔레그램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시도했다고 했다.



타티야나 모스칼코바 러시아 대통령 인권옴부즈만도 “두로프를 체포한 진짜 이유는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진실을 알 수 있는 플랫폼을 폐쇄하려는 것”이라며 그의 체포를 언론 자유 침해로 풀이했다.



두로프는 지난 24일 전용 비행기를 타고 파리 외곽 부르제 공항에 입국했다가 프랑스 사법당국 관계자들에게 체포됐다. 아동 음란물, 돈세탁, 마약 밀매 등 각종 불법 콘텐츠가 텔레그램 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것을 방치한 혐의다. 검찰 당국은 “불법 콘텐츠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돕는 데 공모한” 혐의도 있다고 했다.



그가 체포된 직후 러시아 당국은 프랑스에 명확한 설명을 요구해왔다. 4중국적(러시아, 프랑스, 아랍에미리트, 세인트키츠 네비스)인 두로프의 또 다른 본국인 아랍에미리트 외교부도 전날 “이 사건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모든 필요한 영사적인 조처를 신속히 제공하라”고 프랑스에 요구했다.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이런 시선에 선을 그었다. 그는 두로프 체포는 “결코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 판사가 결정할 문제”라며 “소셜네트워크나 실제 생활에서나 자유는 시민을 보호하고 기본권을 존중하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한 러시아 정치분석가는 현지 시사 프로그램에 “텔레그램에서 일어난 모든 범죄로 그를 체포하는 것은 프랑스에서 일어난 모든 범죄로 마크롱 대통령을 체포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비난했고,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두로프가 프랑스 정보당국에 굴복한다면, 텔레그램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2018년 텔레그램을 봉쇄했으나, 2022년에 이를 해제했다. 우크라이나전쟁 시작 이후에는 러시아군도 텔레그램을 사용해 전황과 전쟁 관련 정보를 전파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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