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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이스라엘의 4중 아이언 돔, 모사드 정보력… 이란, 섣불리 보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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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면초가에도 강한 이유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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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단체)의 이스라엘 공격은 실패했다. 로켓은 발사 전에 50% 이상이 파괴됐고, 드론(무인기)은 모두 격추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25일 오후 군 최고지도부회의에서 밝힌 내용이다. 앞서 이날 이른 새벽 이스라엘이 전투기 100여 대를 출격시켜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의 주요 군사 시설을 타격하자 헤즈볼라는 320여 기의 로켓과 드론을 발사했다. 2006년 7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를 계기로 발발했던 전면전 이래 양측 간 최대 규모의 충돌이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이스라엘의 완승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즈볼라의 공습 징후를 포착한 이스라엘이 선제적으로 대응해 타격을 입힌 데다, 이후 헤즈볼라가 발사한 320여 기의 로켓과 드론도 90% 이상 막아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는 해군 병사 1명 사망, 이스라엘 북부의 가옥과 농장 일부 파괴 등으로 공습 규모에 비하면 피해는 크지 않았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선제 공격을 통해 헤즈볼라 시설 270여 곳을 동시에 공격하면서 수천 개의 로켓 발사대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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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오늘의 선제 타격이 끝이 아니다”라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에서는 승전의 자신감이 역력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이란이 300여 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99%를 격추시켰다. 앙숙 이란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데 이어, 이슬람 무장 단체 중 최강의 전력을 갖춘 헤즈볼라의 공습까지 선제 타격으로 막아낸 이스라엘의 역량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주요 외신과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압도적 군사 정보력과 방공망 체계, 동맹국의 지속적 지원 등에 주목한다. 1948년 건국 이래 끊임없이 주변의 적대 세력으로부터 국가 존망의 위협에 시달려온 이스라엘은 생존을 위해 군사 정보 수집 능력을 끊임없이 신장하면서 세계적 수준에 이르게 됐다. 이스라엘이 보유한 군사 위성은 현재 확인된 것만 최소 7개다. 고정밀 레이더를 장비한 오펙(Ofek)과 테크사르(TecSAR) 정찰 위성이 실시간으로 이란과 친이란 무장 세력의 동태를 감시한다. 이스라엘군은 에로스(EROS)와 아모스(AMOS) 등 자국의 상업 위성도 하마스 감시와 통신 감청 등 군사 용도에 은밀히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인적 정보망(휴민트·HUMINT)도 갖추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 사건에서 드러났듯, 이란 최정예 병력인 혁명수비대의 핵심에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정보원이 침투해 있을 정도다. 서방 정보기관들의 추측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내에도 최소 수십 명의 정보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헤즈볼라의 작전 정보를 훤히 꿰뚫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헤즈볼라의 주요 미사일 발사대 위치를 파악하고, 언제든 공습해 파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 서방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25일 TV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선제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미미하다”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헤즈볼라의 미사일 시설이 무참하게 폭격당하는 영상으로 ‘무언의 반박’을 했다.

선제 공격을 피해 헤즈볼라가 날려보낸 로켓과 드론은 이스라엘 다층(多層) 방공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국경을 넘어온 로켓은 210발, 드론은 20기에 불과했고, 대부분 ‘아이언 돔’과 이스라엘 전투기 및 헬기 요격으로 파괴됐다. 아이언 돔은 70㎞ 이내에서 발사된 로켓과 미사일, 박격포 등을 요격하는 단거리·저(低)고도 방공망이다. 가자지구와 레바논 남부 등 인근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최적화되어 있다.

예멘 후티 반군 등이 날려 보내는 300㎞ 이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개발한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가 담당한다. 또 이란·이라크 등에서 날아오는 중장거리 미사일 위협은 1990년대부터 배치된 ‘애로(Arrow·화살)’ 방공망의 몫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더 가볍고 빠른 ‘애로-2′로 업그레이드됐다. 이 밖에 대기권 밖(고도 100㎞ 이상)에서까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애로-3′도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지난 4월 이스라엘 공습에서 별 피해를 주지 못해 체면을 구긴 것을 지적하며 “이란이 강력한 이스라엘 방공망을 회피할 다른 보복 방식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우방국들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국가들은 현재 지중해와 홍해에 강력한 레이더 방공망을 갖춘 이지스함을 파견, 이스라엘 방공망을 보조하고 있다. 지난 4월 이란의 대규모 이스라엘 공습 때는 직접 방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전투기를 발진시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직접 격추시키기도 했다. 이번 헤즈볼라의 공격 방어에는 미국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헤즈볼라가 발사한 로켓과 드론의 공격을 추적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에 정보·감시 및 정찰(ISR) 지원을 제공했다”며 “다만 지난 4월처럼 직접 로켓과 드론 격추에는 나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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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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