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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국가 R&D, 남 따라가는 연구만 해선 뒤처져…실패 무릅쓰고 도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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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성과 낼 것” 선경 한국형 ARPA-H프로젝트추진단장 [인터뷰]

이투데이

선경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추진단장이 20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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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가능성이 큰 안정적인 연구에만 투자해서는 바이오헬스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실패해도 좋으니 덤빌 수 있어야 합니다.”

선경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추진단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위험·고난도 연구에 연구자들이 과감히 뛰어들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기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넥스트 팬데믹 △초고령화 △필수의료 위기 등 국가가 직면한 난제를 찾아 도전·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난제 해결 및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연구성과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개발(R&D)사업이다.

미국의 다르파(고등연구계획국·DARPA)와 ARPA-H 모델을 본떴으며,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가능성이 있지만 성공했을 때 파급효과가 큰 임무 중심형 R&D를 추진하게 된다.

미국의 다르파는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아 1958년 설립된 연구 조직이다. 달 착륙과 같이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성공하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다르파는 인터넷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었다.

ARPA-H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보건의료 난제 해결을 위해 다르파에서 바이오헬스 영역을 독립시켜 만든 조직이다. 일본과 영국, 독일 등에서는 다르파 모델을 도입해 연구개발을 시도했지만 각 나라가 가진 자원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경 단장은 “다르파 사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불러온 것은 맞지만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다르파 모델을 도입해 혁신이나 성과를 낸 곳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 단장은 “한국은 미국과 비교해 국력, 인구 수, 산업발달 상황, 투자되는 국가 예산 규모 등이 다르기 때문에 1대1 대응은 어렵다. 우리 상황에 맞는 전략을 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 ARPPA-H 프로젝트의 경우 현재 △보건안보 확립 △미정복질환 극복 △바이오헬스 초격차 기술 확보 △복지·돌봄서비스 개선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혁신기술 확보를 5대 임무로 선정했다. 추진단에 따르면 2032년까지 1조1628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기존 국가에서 진행된 R&D 과제 성공률은 90%를 훌쩍 넘는다. 성공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선 단장은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흉내만 내는 R&D만 진행할 게 아니라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의 다르파와 ARPA-H 사업 성공률도 10%대에 그친다. 열 개 넘게 투자한 것을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만한 한 개의 성공사례를 보여준다면 국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 뒤만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투데이

선경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추진단장이 20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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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하는 R&D 책임을 맡은 선경 단장은 학·연·병·관 등의 분야에서 고른 활약을 펼친 경험이 많은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1981년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8년부터 2022년까지 고려대 의과대학 흉부외과 교수로 활동했다. 이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 진흥본부장,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선 단장은 한국형 인공심장 실용화 개발을 주도했고, 연구중심병원 사업정착을 통해 국내 병원 연구문화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또 다른 목표는 인재 양성이다.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를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임명하고, 해당 PM은 임무별로 도전적 문제 발굴 및 프로젝트 기획·선정·평가·관리 등 R&D 전주기 프로세스를 관리한다.

특히 PM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R&D 과정 중간중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제공해 연구 과정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과제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중심형’ 사업이다. PM은 혁신적 해법과 목표를 제시하면서 투자자의 역할까지도 하는 Virtual CEO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선 단장은 “PM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과제를 완전히 관리할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하는 게 목표”라며 “국가 R&D의 패러다임이 바뀔 기회다. R&D 성과도 중요하지만 PM을 양성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지금까지 안 가본 길이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자신했다.

또한 선 단장은 “‘성실한 실패’에 대해서는 연구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해 창의적이고 역량 있는 연구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하는 일은 우리의 책임이다. 꾸준히 성과를 보이고 국민과 지속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혁신도전형 국가 R&D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선 단장은 해당 사업의 운영관리규정(훈령) 제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범국가적 ‘혁신도전형 R&D 사업 협의체’에도 참석해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독일 등 다르파 모델을 도입한 해외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해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투데이/노상우 기자 (nswreal@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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