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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철거 추진에…시민단체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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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비용 예산 2억2000만원 승인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아픈 역사”

경기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 철거 문제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시가 관광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성병관리소 철거를 추진하자 59개 시민단체가 반발에 나섰다.

세계일보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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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동두천시에 따르면 소요산 초입에 있는 옛 성병관리소 건물은 6·25전쟁 이후 미군상대 성매매 종사자들의 성병을 검사하고, 이들이 성병에 감염됐을 때 수용하는 시설로 당시 정부가 운영했다.

이른바 ‘낙검자 수용시설’에 수용된 여성들이 철창 안에 갇힌 원숭이 신세 같다는 의미에서 ‘몽키하우스’라고 불리기도 했다. 부지면적 6766㎡에 2층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방 7개에 140명까지 수용이 가능했다.

과거 정부는 기지촌 반경 2㎞ 이내에서 성매매를 허용하고 성병관리소까지 운영하면서 사실상 국가에서 성매매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1990년대 이후 동두천을 비롯해 경기도 미군 주둔지역에 있던 성병관리소 6곳은 운영이 중단됐다. 그중 1996년 폐쇄된 동두천 성병관리소만 아직 건물이 남아 28년째 방치돼 있다. 건문이 방치된 세월이 지속되면서 건물은 지역에서 흉물로 주민들에게 인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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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는 지난 5월12일 철거 갈등을 빚고 있는 옛 성병관리소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동두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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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가 촬영한 내부 사진을 보면 현재 성병관리소는 출입이 제한돼 있음에도 출처를 알 수 없는 각종 쓰레기와 그라피티, 낙서 등으로 뒤덮여 있다. 내부 천장 등은 곧 무너질 듯한 모습이다.

동두천시는 지난해 2월 29억원을 들여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을 짓는 소요산 일대 개발 관광 사업을 추진 중이다. 27일부터 열리는 동두천시의회 임시회에서 철거비용 예산(2억2000만원)을 승인받으면 연내에 건물부터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시의 사업 추진에 소요산 관광지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철거를 반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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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진행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대위 발족 기자회견.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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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아픈 역사인 성병관리소를 근현대사 유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와 정의기억연대 등 중앙·지역 59개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뒤 본격적인 철거 저지에 나섰다.

공동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두천시는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사업이라는 허울뿐인 명분으로 옛 성병관리소를 철거하고 역사적인 장소를 지우려고 한다”며 “소요산 확대 개발사업은 경제적 타당성과 지역의 역사, 생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옛 성병관리소는 보존가치가 큰 근현대문화유산이다”며 “동두천시는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지 말고 역사와 문화예술이 깃든 평화와 인권의 기억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기본법과 근현대문화유산법의 취지에 맞게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의 근현대문화유산 가치에 대해 적극적인 조사·연구를 개시해야 한다”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철거 위기에 놓여있는 근현대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특별 대책을 마련하고 경기도 내 근현대 역사문화 유산의 보존을 위한 행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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