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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산후도우미 모르게 찍은 CCTV 영상, 증거로 쓸 수 있을까…엇갈린 1·2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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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위법수집, 증거로 못 써"

2심 "방어능력 없는 아동 특성상 영상 증거 필요성 높아"

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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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산후도우미의 동의 없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아동학대 혐의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이는 당사자 동의 없이 위법하게 촬영된 영상이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본 1심 판단과 반대되는 결론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제공업체 소속 산후도우미인 A 씨는 2020년 11월 자신이 돌보는 생후 열흘 된 신생아를 자기 다리 위에 올려놓고 심하게 흔들고 입에 분유가 든 적병을 물려놓고 방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마찬가지로 산후도우미인 B 씨는 2019년 12월 생후 60일 된 아동을 안은 채로 짐볼 위에 앉아 반동을 주어 머리와 목 부분이 흔들리게 하는 등 학대를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 아동 부모들이 증거로 제출한 CCTV 영상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됐다.

산후도우미의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A 씨는 "CCTV가 촬영되는 것을 몰랐다"며 "아동 부모로부터 CCTV가 고장 나서 작동되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1심은 CCTV 영상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CCTV 설치 및 촬영이 피고인의 적법한 동의 없이 이뤄지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이 CCTV를 이용해 촬영된 영상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아동 부모가 A 씨에게 알려주지 않고 A 씨가 지내는 방에 CCTV를 설치한 점, A 씨에게 적법하게 동의받아 설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도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 씨와 B 씨의 행동이 흔들림 증후군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지 않고,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학대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양육자 입장에서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돌봄이라고 평가할 수준을 넘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2부(부장판사 강희석 조은아 곽정한)는 CCTV 영상의 증거능력에 관해 1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만약 가정 내에서 산후도우미가 아동을 신체적으로 학대할 경우, 부모가 계속해서 곁을 지키며 돌봄을 내내 지켜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로서는 녹화하는 외에 학대 정황을 밝혀내고 피해 아동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학대 범죄는 자기 방어 능력이 미약한 아동들에게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길 수 있는 중대범죄이고, 대체로 부모가 현장에 부재한 가운데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구체적 범행 내용 등을 밝혀줄 수 있는 CCTV 영상을 증거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CCTV 영상 중 피고인이 아동을 돌보는 모습 이외에 특별히 아주 민감한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영상에 의해 피고인의 사생활과 인격이 일정 부분 침해된 측면이 있더라도, 그에 비해 이를 증거로 사용함에 따라 보호할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심이 CCTV 영상이 그 자체로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다만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검토해 보면 A 씨 등의 혐의를 무죄로 본 1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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