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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동물에게도 '의식'이 있을까?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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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의식'을 규명하기 위한 과학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인간의 의식에 대한 연구 못지 않게 동물의 의식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역시 핵심 이슈는 과연 동물에게도 '의식'이 있는지입니다. 적어도 포유류나 조류에게는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현재 과학계의 중론이지만 아직까지 확언은 어렵습니다. 의식에 대한 학제간 연구에서 선도적인 학자인 팀 베인은 2024년 7월 노에마에 기고한 글에서 네팔에서 열린 동몰의 의식에 관한 콘퍼런스에서 논의된 과학계의 최신 이론과 과제에 대해 설명합니다. 유년기를 네팔에서 보냈다는 독특한 배경이 딱딱한 에세이가 될 수 있는 글을 보다 부드럽게 만듭니다. 철학자답게 그는 다른 과학자들에 비해 과학이 의식을 규명할 가능성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유지합니다. 동물 의식의 연구는 인간 자신의 의식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인공지능 개발 뿐만 아니라 철학(이를테면 인간의 자유의지 문제)과 윤리학(식용을 위해 동물을 사육하고 도살하는 것은 윤리적인가?)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질 것입니다. 현란한 해부학적 명칭들과 이론적 개념들에 너무 얽매이지만 않으면 보다 즐거운 사색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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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때, 나는 가족과 함께 안나푸르나 산맥 기슭에 자리 잡은 네팔 중부의 조용한 마을 포카라Pokhara로 이사했다. 우리의 첫 집은 절벽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흰색으로 칠한 방 세 개짜리 오두막이었다. 집 아래로는 히말라야에서 북인도 평원으로 눈 녹은 물을 운반하는 우렁찬 세티 간다키 강이 흐르고 있었다.

오두막 뒤로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독수리 무리가 모이곤 하는 긴 돌담이 있었다. 나는 뒷문으로 살짝 빠져나가 독수리들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모습을 몇 시간 동안 지켜보곤 했다. 마치 디즈니의 '정글북'에 나오는 엑스트라처럼 보였다.

다른 동물과의 만남은 더 순간적이었고, 때로는 무서웠다. 한번은 뱀과 몽구스의 싸움을 우연히 목격했다. 결과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무서워, 나는 숨가쁜 흥분 상태로 집으로 달려갔다. 마을을 방문하면 티베트 소금을 가득 실은 안장 가방을 짊어진 당나귀 행렬을 볼 수 있었다. 당나귀들의 방울 소리가 산 공기를 가르며 날카롭게 울렸다. 또 다른 때에는 돼지가 도살되는 걸 보았다. 다리가 붙들린 채로 금속 볼트가 머리에 박혔다. 나는 이전에 그렇게 많은 피를 본 적도, 그렇게 큰 고통을 들은 적도 없었다.

포카라에서 우리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이사했다. 그곳에서는 동물과의 만남이 덜 흔했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는 만남들이 있었다. 우리 집 진입로 입구로 잘못 들어온 뱀은 삽으로 처리됐다.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한번은 어머니가 혼란스럽고 거의 죽어가는 상태의 강아지를 발견했다. 강아지 주인은 마약 중독자였는데 경찰에 연행된 상태였고, 강아지는 해시시를 먹은 것 같았다.

우리는 그 강아지를 '라자루스'라고 이름지었다가, 나중에 그가 새끼를 낳자 이름을 여성형 '라자리나'로 바꿨다. 카트만두 동물원으로의 여행은 휴가의 하이라이트였다. 나는 악어 우리 앞에서 기다리며 한낮의 더위에 졸음이 오던 걸 기억한다. 그때 갑자기 길쭉한 주둥이, 튀어나온 이빨, 그리고 나를 응시하며 천천히 깜빡이는 유리 같은 눈과 마주쳤다. "나는 악어를 인식했지만 악어도 나를 인식했을까?" 나는 궁금했다.

2024년 5월 초, 나는 거의 50년 만에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나는 로모노소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의 고등 뇌 연구소 소장인 콘스탄틴 아노킨이 동물의 의식에 관한 콘퍼런스에 초청한 30명 가량의 과학자, 철학자, 불교 승려 중 하나였다. 의식은 동물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모든 종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종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아니면 포유류 이외에서는 간혹 발견되거나 아예 발견되지 않는 것일까?

회의장의 지척에 카트만두의 주요 불교 순례지 중 하나인 웅장한 부다나트 스투파가 있다. 근처의 현수막에는 "모든 지각 있는 존재들이 행복하고, 건강하며, 평화롭기를"이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어떤 존재가 지각(sentient)이 있는 걸까? 과학은 우리에게 누가 '의식'의 클럽에 속하고 속하지 않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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