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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한은 "소비 회복 지연, 고물가·고금리·인구구조 변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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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8월 경제전망보고서, 소비 점검

팬데믹 이후 누적된 고물가, 생활물가 중심↑

가계부채 누증 속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 제한

저출산·고령화로 고령층 비중↑…소비성향 낮춰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은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이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회복이 더뎌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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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국은행.(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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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23일 ‘최근 민간소비 여건 및 평가’라는 8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은은 전날(22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을 2.4%로 석 달 전 전망치(2.5%)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항목별로 내수 전망 하향이 두드러졌는데, 그 중 민간소비 증가율은 1.8%에서 1.4%로 0.4%포인트 깎였다.

한은은 소비 회복 지연에는 △높은 물가 수준 △고금리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소득개선 지연 △여타 구조적 및 특이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누적된 물가 상승이 소비 회복 지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필수재 비중이 큰 생활물가의 2021년 이후 누적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필수재 지출 비중이 큰 고령층·저소득가구 등 취약계층이 직면한 실효 물가가 여타 계층보다 높아 이들의 구매력이 크게 위축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달 기준 전체 소비자물가와 생활물가는 2020년말 대비 각각 13.8%, 16.3%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여력 개선을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가계는 주로 30~40대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소득 중상층, 소비수준 상위층 가구로 구성돼 있다. 신용카드 미시 데이터에 따르면 소득 중상층에서 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카드사용액 증가율이 낮아진다. 금리 상승의 소비 감소 영향이 확대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기업들의 업황 부진이 가계 소득 개선을 지연시키고 있다고도 평가됐다. 한은은 가계 실질노동소득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진전에도 올 상반기 중 소폭 증가한 것에 그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연초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여금 등 특별급여가 줄어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돈 것에 주로 기인한다는 판단이다. 또한 숙박·음식업, 도·소매업 등에 주로 포진된 자영업자 수익성이 악화돼 이들의 소득 개선이 더딘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소비 회복을 구조적으로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노후 대비 부족으로 소비성향이 크게 하락한 6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경제 전반의 소비성향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단 평가다. 또한 최근 들어 유소년과 밀접한 교육 등 소비가 줄고 있어 저출산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 외 주요 내구재 교체 주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점도 소비 부진 요인으로 꼽혔다. 팬데믹 초기 저금리 국면에서 내구재가 큰 폭으로 증가한 후 아직 교체 주기(3~4년 이상)가 오지 않아 내구재 소비가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출처=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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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명목임금 상승률은 올 1분기(1.3%) 크게 낮아졌다가 4~5월(3.8%)에 높아지면서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앞으로는 정액급여 상승률이 장기평균 수준(3.5%) 오름세를 이어가고 기업실적 개선 영향으로 특별급여도 회복되면서 명목임금 개선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물가상승률이 완만하게 둔화됨에 따라 1인당 실질임금 증가율은 올 2분기 이후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가운데, IT기기 등 내구재 교체시기가 점진적으로 다가오는 점은 내구재 소비 부진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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