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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한은 "美경기 둔화 시 철강·화공품·석유류 수출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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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기 둔화 시 중간재 수출 타격 가능성 ↑

자동차·기계류 수출은 타격 제한적

"기업들, 향후 불확실성 대비 필요"

미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철강·화공품·석유제품 등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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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미국 경기흐름에 대한 평가와 미국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대미 수출에 대한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세 둔화 폭이 예상보다 더 크게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강·화공품·석유제품 등 중간재 수출의 하방 압력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들어 미국 내수와 우리나라의 대미 중간재 수출간 상관관계가 이전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과 미국 민간투자의 상관계수는 과거(2000년~2024년) 0.68에서 최근 4년간 0.85로 상승했다. 미국 민간소비와의 상관계수도 같은 기간 0.37에서 0.71로 크게 올랐다.

반면 우리나라 자본재 수출과 민간투자의 상관계수는 같은 기간 0.22에서 0.21로 오히려 소폭 낮아졌다. 소비재 수출과 민간소비의 상관계수도 같은 기간 0.28에서 -0.07로 크게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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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기계류 수출 타격 제한적…비경기적 요인 작용했기 때문
자동차·기계류 수출은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더 둔화해도 타격이 제한적일 거란 평가가 나온다. 2020년 이후 이들 품목의 대미 수출이 증가한 요인을 보면 미국의 내수 흐름 등 경기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미국 내 우리 제품에 대한 선호 증대, 미국 산업정책의 영향 등 '비경기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기여했기 때문이다. 2010~2016년 우리나라 대미 수출 증가분의 절반 정도는 미국의 경기 요인에 기인했지만, 2020~2024년 들어 비경기적 요인의 영향은 자동차와 기계류 모두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들 품목의 수출 여건을 보면, 대미 자동차 수출은 최근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2010~2019년 연평균 11.3% 증가했지만 2020년 이후엔 16.5%로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다. 이는 국산차 업체가 친환경차,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에서 높은 경쟁력으로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데에 주로 기인한다. 올해 들어 전기차 수요는 크게 둔화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이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큰 폭 증가하면서 전체 대미 수출의 양호한 흐름에 기여하고 있다.

기계류 수출도 미국의 산업정책 영향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부터 시행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의 영향으로 미국 내에선 화석에너지 전환과 노후 전력인프라 교체, 반도체 생산설비 구축 등이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대미 기계류 수출도 변압기 등 전력기기와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중심으로 2022~2023년 연평균 18% 증가했다.

향후에도 미국의 산업정책 관련 지출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의 기계류 대미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의 미국 내 플랜트 수주가 크게 확대되고 있고,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건설 등 AI 부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 관련 품목의 수출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대미 수출 호조는 미국의 경기적 요인뿐만 아니라 친환경 자동차의 높은 경쟁력, 미국의 산업정책 등 구조적 요인이 상당 수준 작용했다"며 "미국의 경기가 큰 폭으로 둔화되지 않는다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와 기계류 수출엔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자동차 부문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될 가능성 ▲미국 내 신성장·친환경 부문에서 중국의 과잉생산,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한 점 ▲향후 미국 대선에 따라 고율의 관세 부과 여부가 불확실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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