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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곧 원전 30기 되는데... 호기당 안전인력 선진국보다 최대 20명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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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8.3명인데 캐나다 47.2명
새울엔 지역사무소도 여태 없어
"건설 의욕보다 안전 내실화를"
한국일보

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원자력발전소 전경.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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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허가 안건이 이르면 다음 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상정된다. 완공되면 국내 가동 원자력발전소는 총 30기다. 정부는 2038년까지 4기를 더 짓겠다는 계획이라, 원전 수와 밀집도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안전규제 인력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너무 적다. 신규 인력 유입마저 원활하지 않다. 건설 의욕에 앞서 안전에 먼저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규제 인력 부족, 원전 현장 해묵은 문제


22일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현재 원전 안전규제 인력 규모는 △원안위 소속 167명 △KINS 소속 626명으로, 총 793명이다. 영구정지 원전 2기를 빼면 가동·건설 중인 원전은 28기이므로, 호기당 28.3명꼴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허가되면 호기당 안전규제 인력은 26.4명으로 줄어든다.

안전규제 인력 부족은 10년여 전부터 지적돼왔다. 조금씩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 지난해 기준 원전을 19개 이상 운영 중인 나라의 호기당 안전규제 인력은 △미국 31명 △프랑스 40.4명 △캐나다 47.2명 △러시아 43명 등 대부분 훨씬 많다. 한국보다 적은 곳은 중국(19.9명), 인도(18.4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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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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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바로 옆 원안위 지역사무소에서 안전 상태를 직접 점검하는 현장 파견 인력 정원은 전체 안전규제 인력의 8.4%인 67명(원안위 38명, KINS 29명)에 그친다. 이마저도 원안위는 내부 사정으로 1명 부족한 상태다. 더구나 울산 울주군 새울 원전은 2016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는데, 지역사무소가 여태 없다. 2㎞가량 떨어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지역사무소가 새울 업무를 병행한다. 3호기가 오는 10월, 4호기가 내년 하반기 준공을 앞둬 새울은 곧 원전 4기를 운영하는 대단지가 된다. 이에 지역 군의회는 지역 소통과 사고 신속 대응 등을 위한 지역사무소 신설을 거듭 촉구해왔지만, 원안위는 수년째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앞으로 수급도 쉽지 않다. 2014년 국정감사 당시 이은철 원안위원장이 "전문성이 많은 사람이 (안전규제 업무에) 지원을 안 하는 편"이라고 했으니 최소 10년은 지속돼온 문제인데도,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원자력산업실태조사 결과 원전산업 전체 인력은 2016년 3만7,26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감소해 최근 3만5,000명대를 유지 중인데, 이 중 건설·운영 분야가 절반 이상이고 안전 분야는 11%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는 2030년쯤엔 원전산업 전체 인력이 4,500명가량 부족할 거라고 보고 있어, 안전규제 인력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 전공자(학·석·박사) 수가 2017년(2,777명) 이후 줄어 2,200명 선에 머물고 있고 △대학 원자력 신입생 수도 2015년(583명) 이후 줄곧 하향세(지난해 418명)임을 고려하면 인력 충원은 갈수록 어려울 전망이다.

"소규모 예산·인력 굳어져... 기관 통합 등 개선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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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제194회 원안위 회의에서 유국희(가운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원안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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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안전규제 인력 양성을 위한 실질적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는 "적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온 게 굳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토대로 안전규제가 사업자에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기획평가위원도 "(안전규제) 인력의 규모뿐 아니라 전문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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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안전을 확인하는 전문가들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그린 그림. 오지혜 기자·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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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규제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책임과 권한이 엇갈리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원안위와 KINS를 통합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는 기술 담당 KINS가 행정 담당 원안위의 소속기관인데, 원전 선진국 대부분은 두 기관을 통합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도 우리 원안위에 해당하는 원자력안전청(ASN)과 KINS에 해당하는 원자력안전·방사선방호연구소(IRSN)를 2025년까지 통합할 계획이다. 한필수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장은 "KINS가 행정에 묻혀 기술적 기능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고, 차관급 기관인 원안위는 정치권 바람을 막기 어렵다"며 "안전규제를 강화하려면 통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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