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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美 50개주 맞춤 디제잉, 스티비 원더 열창… 콘서트 같은 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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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선]

깜짝 등장 윈프리 “자유는 공짜 아냐”… 민주당 전대 셋째날 연단 올라 연설

롤콜 빛낸 DJ 클래시디 뜨거운 관심… 존 레전드-실라 E. 등 분위기 띄워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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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여제’, ‘미디어의 여왕’ 등으로 불리는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70)가 21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의 셋째 날 ‘깜짝 연사’로 등장했다. 포브스 기준 28억 달러(약 3조7405억 원)의 재산을 보유했고 40여 년 방송 경력을 지닌 그가 특정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것은 처음이다. 흑인 유권자에게 영향력이 큰 윈프리를 통해 민주당이 전통 지지층인 비(非)백인계 유권자의 지지를 굳히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와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 등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4개 상을 모두 탄 가수 존 레전드 등도 공연을 선보여 전당대회가 열린 유나이티드센터는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 윈프리 깜짝 등장에 ‘환호’


윈프리는 이날 트레이드마크인 보라색 투피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BBC 등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연사 목록에 없던 윈프리가 깜짝 등장하자 전당대회 참석자들은 열광했다. 그는 이날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고 강조했다.

윈프리는 시종일관 현란한 말솜씨와 제스처로 청중을 휘어잡았다. 특히 하루 전 연설자로 나섰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무엇이든 해야 한다(Do Something)”고 외친 것을 거론하며 “우리가 할 일은 바로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외쳤다.

윈프리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자녀가 없다. 그는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해리스 부통령을 ‘캣 레이디’(cat lady·자녀 없이 고양이를 기르는 독신 여성을 가리키는 속어)로 폄훼한 것을 재치 있게 비판했다. 윈프리는 ‘미국의 가장 좋은 점’으로 이웃이 어려움에 처하면 당파를 막론하고 발 벗고 돕는 공동체 의식을 꼽았다. 그는 “집에 불이 났을 때 우리는 집주인의 인종, 종교,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그 집이 우연히 ‘캣 레이디’의 집이라면 고양이까지 꺼내려고 노력한다”고 하자 청중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박수를 쳤다.

● 콘서트장 방불케 하는 전당대회 현장

스티비 원더는 자신의 곡 ‘하이어 그라운드(Higher Ground)’를 부르기 전 짧은 연설에서 “진정으로 단결된 미국 국민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해리스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 레전드는 흑인 싱어송라이터 실라 E.와 함께 무대에 올라 가수 프린스의 ‘레츠 고 크레이지(Let’s Go Crazy)’를 부르며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등장하기 직전 분위기를 띄웠다.

동아일보

20일 민주당 전당대회 ‘롤콜’ 순서에서 유명 DJ 캐시디가 미국 50개 주를 대표하는 음악을 틀어 관중석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지루한 순서로 여겨지던 롤콜은 DJ 캐시디 덕분에 “댄스파티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카고=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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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건 20일 대의원의 현장 점호 투표인 ‘롤콜(roll call)’ 현장이었다. 이번 롤콜에는 처음으로 뉴욕 출신 DJ 클래시디(DJ CASSIDY)가 ‘뮤직 마에스트로’를 맡았다. 57개 주와 자치령을 대표하는 노래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각각을 호명할 때마다 해당 주에 꼭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 롤콜 75분 동안 전당대회장을 댄스파티장으로 만들었다고 CNN 등이 전했다. 뉴욕을 부를 때는 얼리샤 키스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 일리노이에는 시카고 불스의 테마곡 ‘시리우스’를 트는 식이다.

DJ 클래시디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음악 기획을 맡았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50번째 생일 파티를 위해 백악관에서 디제잉을 했다. 그는 팝 가수 비욘세와 제이지의 결혼식 DJ도 맡은 DJ계의 거장이다. 그는 MSNBC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장을 파티처럼 만들고 싶었다”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주쳤는데 ‘오늘 끝내줬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미 연예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잠시 다른 채널을 틀거나 화장실 가는 순서인 롤콜을 눈 뗄 수 없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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