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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횡설수설/이진영]추석 맞는 기쁨, 아프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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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추석 연휴엔 응급실 신세 질 일이 생긴다. 차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성묘 갔다 벌에 쏘이고 진드기에 물려, 산행을 즐기다 발목이 접질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하루 평균 2만3000명으로 평소의 2배다. 추석 전날보다는 당일과 추석 다음 날 응급실이 더 붐빈다. 가뜩이나 연휴엔 문 닫는 병원이 많은데 올해는 응급실 대란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추석 연휴를 앞둔 기쁨보다는 ‘아프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크다.

▷추석 연휴 응급 환자의 상당수가 집 안에서 발생한다. 많이 먹거나 잘못 먹어 탈이 난 장염 환자와 두드러기 환자들이 평소 2∼3배로 불어나 응급실로 달려온다. 더위가 이어지는 추석엔 음식도 쉽게 상한다. 식중독 환자가 많이 나오는 계절은 여름이 아니라 9월 초가을이다. 전을 부치다 화상을 입은 환자도 평일의 3배로 늘어난다. 어른들이 차례 준비에 분주한 사이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삼키거나, 씹는 기능이 약한 노인들이 송편을 먹다 떡 조각이 목에 걸려 오기도 한다.

▷성묘하러, 친지를 만나러 오가는 길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벌 쏘임 사고의 80%는 벌초객들이 몰리는 7∼9월에 집중돼 있다. 성묘를 가다 미끄러지고 발을 헛디뎌 발목이 접질리고 삐어 구급차 타고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평일의 2배다.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는 1.5배로 늘어나는데, 들뜬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 추석 연휴 전날이 가장 위험하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연휴 전날과 첫날에 평소보다 23∼25% 많이 일어난다.

▷응급실이 제대로 돌아가던 시절에도 명절 연휴 감기가 심해 응급실에 가면 1시간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올 연휴엔 감기나 복통 정도의 경증이면 본인부담금으로 진료비의 90%를 내야 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예전보다 4만 원 오른 10만 원, 권역센터는 9만 원 오른 22만 원이다. 의사가 부족하니 가급적 오지 말라는 뜻이다. 큰 병이 아니면 응급의료포털에서 문 여는 곳을 찾아 동네 병원부터 가보고 소화제, 해열제, 두드러기용 항히스타민제, 종합감기약 정도는 상비약으로 챙겨두는 것이 좋다.

▷올 추석 연휴는 19, 20일 휴가를 내면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연휴 나들이 계획에 들뜨기보다 “응급실 뺑뺑이를 내가 당하면 어쩌나” 우려하며 ‘추석 연휴 응급실 가지 않는 법’ ‘경증과 중증 판별법’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말 못하는 아이가 경증인지 중증인지 어떻게 알고 오라는 것이냐”며 젊은 부모들 걱정이 크다. 찬 바람 나면 코로나와 독감이 유행하고, 뇌졸중 뇌경색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려들 것이다. 추석 연휴 무탈하게 지나면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란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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