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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할인 늘려도 아무도 안와요"… '전기차 공포증'에 발길 뚝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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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전기차 판매점
신차 수요 줄어 인도기간 단축
중고차 가격도 10%이상 하락


파이낸셜뉴스

21일 찾은 서울 강남지역 테슬라 판매점이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최근 캐즘과 잇단 전기차 화재 등으로 강남 일대 완성차 매장은 전기차 문의가 뚝 끊긴 상황이다. 사진=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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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사건 이후 EQE 모델을 찾는 문의는 처음입니다."

21일 방문한 서울 강남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리점 관계자는 벤츠 EQE 가격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벤츠 EQE는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델이다. 그는 "화재 이후 해당 모델 할인 혜택을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2배 늘렸다"며 "전화로 가끔 문의가 오긴 하지만, 지금까지 방문 문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QE 입항 계획도 당장은 없다"며 "올해는 (입항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며 "해당 정보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며, 해당 딜러사 직원이 결정하는 부분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벤츠를 비롯해 테슬라, BMW, 현대차·기아 대리점 분위기는 모두 비슷했다. 테슬라, BMW, 벤츠는 올해 7월까지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한 수입차 상위 3개 브랜드다. 이들 매장은 하나같이 방문객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가는 곳마다 고객 응대 의자도 텅 비어 있었다.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만난 한 직원은 "(화재 이후) 전기차 문의가 아예 끊겼다"며 "아무래도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날 현대차가 전기차 장기렌트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6를 대상으로 2년간 월 50만원(아이오닉5는 최저 55만원, 아이오닉6는 최저 46만원) 수준의 임대비를 내고 타본 후, 인도 및 반납을 결정하는 서비스에 들어갔다. 5000만원대 차량을 2년간 1200만원 전후에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프로모션 대상은 아이오닉 5·6를 합쳐 400대 정도다. 현대차의 전기차 렌트·리스 프로모션(아이오닉 앰배서더)은 창사 이후 2번째다.

전기차 출고도 빨라졌다. 수요 감소로 재고가 많아졌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실제로 테슬라 모델3 후륜구동방식(RWD)을 흰색, 블랙 시트에 18인치 바퀴를 조건으로 문의하자 인도까지 1~2주 내로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6개월 이상 걸리던 지난해와 딴판이다. 모델Y도 국내 재고가 10대 이상 남아 있어 3주 내 인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벤츠 대리점에서는 외관과 시트가 검은색인 EQE의 인도 시점은 2~3일이다.

전기차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탑재 배터리를 확인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BMW코리아 딜러사 관계자는 "각 차종에 탑재하는 배터리가 어떤 제품인지, 안전한지 여부를 묻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전기차 화재 이후 계약 취소 건수도 일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신차 시장이 주춤하며 중고차 시장도 얼어붙은 분위기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2023년식 벤츠 EQA 최저가는 4090만원에 올라왔다. 평균 시세 4688만~5183만원 대비 최대 21%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화재가 났던 벤츠 EQE 모델도 5850만원 전후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시세 5981만~6613만원 대비 최대 11.5% 이상 낮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전기차가 얼마나 안전한지'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그전까지 전기차 보급 속도는 더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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