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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머스크 트위터 인수 때 돈 빌려준 은행들 후회막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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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인수 이후 기업가치 절반 아래로 뚝

채권 가치도 하락…수억달러 내렸는데 안 사

머스크로선 원금상환보다 이자 납입 낫다 판단

아시아경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하는 데 은행들이 빌려준 자금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대출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2022년 10월 머스크 CEO가 당시 트위터를 인수할 때 은행들이 빌려준 대출금은 130억달러(17조3200억원)로 인수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은행들은 대출금을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서 엑스(X)로 바꾼 뒤 기업가치가 지난해 기준 190억달러로 쪼그라들어든 탓이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를 440억달러에 사들였다. X는 오너 리스크 등에 따른 광고주 이탈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체 직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의 대량 해고도 이뤄졌다.

은행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고, 그 돈에 대한 권리를 담은 채권을 만든 뒤 다른 투자자들에게 이를 팔아 돈을 회수한다. 그런데 시장조사업체 피치북LCD에 따르면 트위터 인수에 제공된 대출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오랫동안 회수되지 못한 인수 거래 대출 중 하나가 됐다.

트위터 대출금을 환수되지 못한 은행들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 대출의 가치를 수억달러씩 떨어뜨리면서 이익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일부 은행은 트위터 대출금 미환수로 인해 다른 인수 합병 거래를 위한 자금 규모를 축소하기도 했다.

또 트위터 인수에 제공된 대출 등으로 투자은행의 순위도 바뀌었다. 트위터 인수를 위해 머스크의 지주회사에 대출해 준 은행은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레이즈 등 7곳이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전인 2021년과 2022년 BoA와 모건스탠리가 미국 금융 투자은행 순위에서 상위 1, 2위를 차지했는데 2023년과 2024년에는 트위터 거래에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1위에 올랐다. 시카고대의 스티븐 카플란 재무학 교수는 "이 대출금은 다른 거래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은행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올해 초 엑스가 대출금 중 일부를 상환하고 은행 금리를 줄이는 등의 대출 재구성 계획을 머스크 측과 논의했지만, 엑스가 이 계획을 따르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 이유를 두고 WSJ는 "대출을 갚는 것이 X의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들은 머스크 CEO가 6개 회사를 갖고 있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만큼 그와 계속 거래하길 희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WSJ는 "은행들은 우주기업 스페이스X나 스타링크 위성 사업의 기업공개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은 수익 창출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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