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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5만명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고마워요,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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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첫날, 하나 된 민주당

조선일보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9일(현지시각)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 날 포옹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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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 동안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마지막 연사로 무대에 올랐다. 바이든을 소개한 건 그의 장녀 애슐리였다. 애슐리와 포옹하는 바이든의 눈시울은 이미 붉었다. 그가 재킷 안주머니에서 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자 현장의 당원과 대의원들은 기립해 한 목소리로 “고마워요, 조” “사랑해요, 조”라고 외쳤다. 이날 전당대회엔 대의원과 당원, 지지자 등 약 5만명이 운집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추인하는 ‘대관식’ 성격의 전당대회지만 이날만큼은 바이든이 주인공 같았다. 지난달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해리스에 ‘횃불’을 넘겨주는 그의 연설이 50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고별 무대로도 인식됐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남은 임기 반년 동안 국정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해리스를 위한 지원 유세도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 일부에서만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자격 요건을 갖춘 현역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은 건 1968년 린든 존슨 이후 56년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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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와 손 맞잡은 바이든 -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나서는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자들 앞에서 손을 맞잡아 보였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대의원과 당원, 지지자 등 약 5만명이 운집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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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이날 해리스에 대해 “4년 전 첫 아프리카계·인도인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고른 건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곧 47대 대통령이 돼 나라를 위해 봉사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어 “최고의 날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있다”라며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를 거두자”고 했다. 바이든이 연설을 마친 뒤엔 해리스와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부부, 차남 헌터 등 바이든 일가가 모두 무대에 올라 포옹했다.

갈색 정장 차림의 해리스도 비욘세의 노래 ‘프리덤’과 함께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그는 “바이든에게 감사하다”는 간단한 말 한마디만 남기고 퇴장했다. 이어 바이든의 델라웨어주 지역구를 물려받은 측근이자 절친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 ‘퍼스트 도터’인 애슐리가 순서대로 무대에 올랐다.

질 여사는 “바이든은 미국의 힘이 협박이 아닌 타인에 대한 작은 친절,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 나라에 대한 사랑에서 온다는 걸 알고 있고 해리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애슐리는 본인의 여덟 번째 생일 전날 암트랙 기차를 타며 워싱턴과 델라웨어를 통근하던 ‘상원의원 바이든’을 마중 나간 일화를 공개했다. “아버지는 (나의) 생일을 축하해준 뒤 ‘다시 돌아가 일해야 한다’며 워싱턴행 기차를 탔다”면서 “바이든의 딸로 사는 것이 힘들다는 걸 이때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항상 나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주겠다던 부친의 말을 기억한다. 그의 국가를 위한 헌신은 사회복지사로 살고 있는 내게도 큰 영감을 줬다”고 했다.

곧이어 무대에 오른 바이든은 ‘가족이 인생의 시작이자 중간이며 끝’이란 부친의 발언을 인용하며 “나는 국민 여러분을 가족과 같이 사랑했다”고 말했다.

고령 리스크에 따른 말실수 논란이 줄곧 따라다닌 바이든이지만 이날만큼은 특정 단어의 발음을 뭉개거나 말을 더듬어도 청중에서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50분 연설의 종반부에 다가갈수록 고령 논란이 무색할 만큼 활력이 넘쳤고, 가자지구 종전(終戰)을 얘기할 땐 큰 소리로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있는 힘껏 탁자를 손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변호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바이든은 1972년 29세의 나이에 미 역사상 가장 어린 상원의원이 됐다. 이후 내리 6선을 했고,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2020년 대선에서 역대 가장 많은 표(8120만 표)를 득표하며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78세로 취임한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도 갖고 있다. 1972년 교통사고로 첫 배우자인 닐리아와 한 살배기 딸을 잃었고, 2015년 장남 보 또한 뇌종양으로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차남 헌터가 불법 총기 소유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그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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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를 사랑해요!” 1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객석에 ‘하트’가 물결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자 지지자들은 ‘위 러브 조’라고 쓴 플래카드를 일제히 흔들었다. 이날 전당대회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추인하는 ‘대관식’ 성격을 띠지만, 이 순간 만큼은 바이든이 주인공 같았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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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이날 트럼프를 비판하는 데 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보다 더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미국이 아니면 어느 나라가 세계 리더십의 키를 쥘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생식권(출산 관련 여성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을 염두에 둔 듯 “여성이 얼마나 무서운지 트럼프에 보여주자”라고도 했다.

8년 전 해리스보다 먼저 트럼프를 상대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던 ‘선배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날 무대에 올랐다. 그는 “우리는 가장 높고 단단하며 마지막으로 남은 유리 천장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이제 그 유리 천장의 반대편에서 해리스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당대회 밖에서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집회를 벌였고 일부는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시카고=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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