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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베트남은 왜 필리핀과 달리 중국과 잘 지낼까[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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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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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럼 베트남 신임 공산당 서기장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이 20일 마무리됐다. 중국과 베트남은 럼 서기장 방문을 계기로 철도 협력 등 14개 분야의 협정을 체결하고 양국 우호를 과시했다.

로이터·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럼 서기장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14개 분야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중국, 베트남, 라오스를 잇는 555㎞ 규모의 철도 건설과 하노이 지하철 건설, 베트남의 코코넛·두리안 수출을 위한 검역 편의 등이 협정 내용에 포함됐다.

중국 관영매체는 럼 총리가 취임 후 약 2주 만에 중국을 방문한 것은 베트남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럼 서기장의 방중은 그가) 양당과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음을 충분히 보여준다”며 “중국과 베트남의 운명공동체를 더욱 깊게 건설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럼 서기장 역시 중국을 베트남의 대외 관계에서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천훙셩 광시사회과학원 베트남연구소장은 럼 서기장이 방중 첫날인 지난 18일 광저우의 호치민 유적지를 방문한 것을 두고 “양국 간 전통적 우정을 발전시키고 양국 관계의 지속적 진전을 촉진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신화통신에 말했다.

럼 서기장 방중 기간 다시 확인된 양국의 우호적 관계는 중국과 필리핀 간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다시 긴장이 불거진 것과 대조적이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베트남이 중국과 협력하는 배경에는 베트남 특유의 대나무 외교 전략이 있다. 대나무 외교는 강대국 모두와 잘 지내며 실리를 챙기는 유연한 외교를 말한다.

중국과 베트남은 1950년 수교했으며 2008년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베트남은 이어 러시아(2012년), 인도(2016년), 한국(2022년), 미국·일본(2023년), 호주(2024년)의 6개국과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베트남은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과 대립하는 국가들과 연달아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중국을 대체하는 제조업 기지’로 떠올랐다.

베트남은 그러면서도 미국과 가까워질 때마다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최고 권력자인 응우옌 푸 쫑 당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시 주석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 기존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우호적 관계에는 당 대 당 교류를 중시하는 구공산권 국가의 전략과 양국 지도자 간 인적 교류도 바탕이 돼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별세한 쫑 전 서기장을 두고 “좋은 친구”라고 표현했다.

중국과 베트남 관계는 긴장도 적지 않았다. 베트남은 1969년 중·소 국경분쟁 당시 소련을 지지했다. 베트남이 1978년 중국이 후원하던 크메르루주의 캄보디아를 점령하자 중국도 군사를 보내 베트남을 침공했다.

중국은 1974년 베트남과의 전투 끝에 남중국해 파라셀군도를 장악해 현재까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2014년 영유권 분쟁지에서 석유를 시추하자 베트남에서는 대대적 반중시위가 벌어졌다. 베트남 내 중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이 습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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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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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지난해 7월 중국 측 구단선을 묘사한 장면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할리우드 영화 <바비>의 자국 내 상영을 금지했다. 베트남은 중국의 경쟁국인 인도와 남중국해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러시아와 가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과 합동 순찰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차이는 베트남은 이 같은 일을 거의 공개적으로 쟁점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트남 정부는 관영매체의 영유권 분쟁 관련 보도를 통제하며 인터넷의 반중 움직임 등도 검열한다고 알려져 있다. 2014년 분쟁이 예외적인 일로 꼽힌다. 이후에도 베트남은 분쟁지역에는 해군을 배치하지 않고 해경을 보내 중국과 마찬가지로 ‘회색지대 전술’로 대응하고 있다.

보스턴 칼리지에서 국제관계와 동아시아 안보를 전공하는 박사과정생인 캉 부는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에서 베트남은 중국과 육로국경을 접하고 있고 그만큼 육상 충돌이 부담되기 때문에 필리핀과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베트남이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라는 점도 긴장완화에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20세기 내내 프랑스·미국 등과 전쟁을 벌인 베트남은 자국에 외국군 기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중국 역시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베트남 두 국가와 대치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베트남에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대한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 동남아시아 프로그램의 연구원인 압둘 라흐만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군사적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필리핀과 베트남 분할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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