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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물류 차단' 사활… 우크라이나는 교량 폭파, 러시아는 요충지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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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 작전' 우크라, 교량 3개 파괴
러 병력·물자 보급로 차단해 고립 목적
질세라... 러, 물류 거점 포크롭스크 진군

한국일보

러시아 민간인들이 17일 우크라이나가 군사 작전을 펴고 있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에서 대피하기 위해 쿠르스크 기차역에 도착하고 있다. 쿠르스크=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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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먹히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 공격 2주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전장의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州)주에서 점령지를 확대하는 동안,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진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양국 군사 작전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적군에 대한 물류 차단'이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내 교량 파괴에, 러시아는 물류 거점인 포크롭스크 장악에 각각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군 고립' 위해... 우크라, 교량 파괴 집중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본토 면적은 1,250㎢이며, 92개 마을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쿠르스크 입성 후 진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세임강의 교량 폭파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6일 클루시코보 마을 인근의 교량을 처음으로 공격한 이후 나흘 만에 총 3개의 교량을 파괴했다. 훼손 규모가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해당 다리가 모두 끊어진 것이라면 러시아가 병력 및 물류 이동에 활용할 수 있는 다리는 하나밖에 남지 않는 것이라고 영국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세임강 남쪽의 러시아군은 퇴로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고, 설사 이동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공격을 받기 쉽다. 이렇게 고립된 상황을 러시아 군사 용어로 '주전자'라 칭한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군사 작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습격을 통해 러시아를 평화 협상으로 끌어내겠다'고 밝혔는데, 러시아가 이를 공식 거부했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협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쿠르스크 진군 목표 중 하나는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도네츠크를 통칭) 내 러시아 전투 병력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는 것인데, 재배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 영토 점령을 더 오랫동안 유지하려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전투가 전체 군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도 본다.
한국일보

19일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흑해함대의 810 해군 보병여단에 의해 파괴됐다는 우크라이나 군용차량이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쿠르스크=타스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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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이동 중심' 포크롭스크 조여가는 러시아


그러나 도네츠크 내 전투는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몇 주 동안 집중 공세를 펼쳐 온 포크롭스크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포크롭스크는 동부 전선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군대와 주변 도시에 물자를 공급하는 데 활용되는 주요 도로가 교차하는 지역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러시아어로 아르초모보라 칭하는 잘리즈네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잘리즈네는 포크롭스크와 약 7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도 포크롭스크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바딤 필라슈킨 도네츠크 주지사는 포스롭스크 주민들에게 강제로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전선이 너무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에는 어린이 약 4,000명을 포함, 5만3,000명가량이 머물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 국가를 향해 "러시아로 장거리 미사일을 쏘게 해주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고 거듭 요구했다.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과 무기를 추가로 배치하는 등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의 긴장도 높아진 상태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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