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에 소재한 중앙경찰학교 본부 전경.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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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가 중앙경찰학교 학생들의 카풀을 금지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이는 만큼 카풀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지역 택시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를 ‘유상운송’으로 규정해서다.
충주시는 지난 12일 중앙경찰학교 측에 “학생들이 자가용을 활용하여 유상운송(카풀)을 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충주시는 또 “중앙경찰학교가 운행 중인 전세버스 운행으로 인해 충주시 택시 기사 40여 명이 운송수입금 감소에 따른 생계 곤란 등을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했다”며 “해당 택시 기사들도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생 지원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2일 충북 충주시가 중앙경찰학교에 유상운송(카풀)을 막아 달라며 보낸 공문. /블라인드 |
신임 순경 및 특별채용 경찰관 등을 9개월간 교육하는 중앙경찰학교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2개 기수 약 5000명의 교육생이 있다. 교육생들은 학교 적응 기간인 2주가 지나면 외출 및 외박을 할 수 있다.
교육생 대부분은 금요일 학교에서 나가 본가에 들른 뒤 일요일에 다시 돌아온다. 학교는 주말에 귀향했다가 복귀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매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3차례에 걸쳐 학교와 충주 버스터미널, 충주역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이달부터 운영하고 있다.
학교가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역이나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면 2만원 넘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3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교육생 지갑 형편을 고려하면 택시비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이에 따라 교육생들 가운데 같은 지역 출신끼리 카풀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름값, 톨게이트 비용을 대신 내주거나 밥을 사는 정도의 돈이 오가는데 이를 ‘유상운송’으로 보고 막아달라는 건 너무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문제가 온라인에서 공론화되자 경찰들은 “안 그래도 돈 없는 사회초년생이 한두푼 아끼려고 카풀하는데 벌칙조항 운운하면서 공문을 보내나” “고마워서 수고비 정도 주는 게 유상 운행? 충주는 경찰학교 교육생 없으면 장사 못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역 상인들이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중앙경찰학교 앞에 부착된 현수막. /블라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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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 학교 앞에 “학교장님, 학교 주변 식당이 너무 어렵다. 학생들이 외출 나갈 때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못 하게끔 도와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학생들이 자가용을 이용해 외부로 나가면 다른 지역의 식당을 이용하게 되니 이를 금지해 달라는 취지다.
충주시는 돈을 받고 카풀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택시 기사들의 민원을 받아 유상 운송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학교가 운행 중인 셔틀버스나 무상 운송‧호의동승과 같은 학생들의 카풀을 막으려는 의도는 없다고 했다.
학교 측은 셔틀버스 운행 감축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학생들의 자가용 사용에 대해서도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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