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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해운업계로 번진 ‘전기차 포비아’… 선적 거부-충전율 50%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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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안에서 불날까 일부는 원천차단

충전율 맞추려 더 운행 뒤 ‘승선’

바다에 버릴 수 있는 뒤쪽에 싣기도

中-日-유럽서도 선적 규제 강화 나서

동아일보

9일(현지 시간) 오후 중국 닝보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정박 중인 대만 해운사 양밍의 ‘YM모빌리티’ 선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양밍은 한국 HMM과 함께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있는 해운사다. 중국 닝보 당국은 리튬 배터리 등이 사고의 원인인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중앙(CC)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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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확산하고 있는 배터리 ‘포비아(공포증)’가 국내외 해운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전기차를 실어 나르는 선박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섬을 오가는 여객선 운영 국내 선사들 대부분이 전기차 선적을 기피하고 있다. 배에 실린 전기차에서 불이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8일 해양수산부는 선사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전기차량 해상운송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전기차 선적 시 충전율 50% 이하 △여객선 운항 중 충전 금지 △배터리 부분 충격 이력 차량 선적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지만 불안한 선사들은 아예 전기차를 거부하고 있다.

● 전기차 아예 선적 거부도

경남 통영 지역 D해운은 최근 “전기차 선적이 불가하다”란 공지를 냈다. 전기차 화재 사고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일본으로 가는 노선을 운영 중인 K훼리 등도 전기차 선적을 전면 제한하고 있다.

제주도를 오가는 여객선을 운영 중인 S고속훼리와 H고속훼리는 선적 거부는 아니지만 해수부 권고에 따라 전기차 충전 50% 초과 시 차량 선적을 금지하고 있다.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을 운영 중인 A해운은 전기차 선적을 전면 제한했다가 20일부터 선적을 일부 허용키로 했다. 다만 충전율 기준을 해수부 권고보다 강화된 40% 이내로 제한했고 전기차 화재 관련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일부 다른 선사는 내연기관 차를 다 실은 뒤 마지막으로 전기차 선적을 하고 있다. 배 뒤쪽 입구에 전기차를 주차하게 해 화재가 진화되지 않으면 바다에 차량을 버리는 등 안전 관리를 하려는 것이다. 또 외관에 충돌 흔적이 있으면 선적 자체를 거부하거나, 전기 화물차나 개조 전기차 등에 대해서는 차량 무게 정보를 담은 계량 증명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한 여객선사 관계자는 “50%, 40% 등 충전율 제한을 모르고 온 차주들은 차를 더 운행해 배터리를 소진한 뒤 다시 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글로벌 업계도 ‘전기차 포비아’ 확산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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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운업계도 리튬이온 배터리 등 위험물 운송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해사안전국(MSA)은 최근 글로벌 선사들에 위험물 운송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배터리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선박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9일 중국 닝보항에 정박 중이던 ‘YM모빌리티’호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선박 및 화물 손실, 항구 마비 등 큰 피해를 낳았다. 특히 중국 닝보 당국은 ‘YM모빌리티’호 사고가 리튬 배터리 등 폭발성 물질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MSA는 “여름철에 선박으로 위험물을 운송하는 것의 심각성을 선사들은 인식해야 한다. 추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규칙과 관행을 모두 재정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HMM 등 글로벌 선사는 냉동·냉장 컨테이너인 ‘리퍼 컨테이너’로 배터리를 실어 나르고 있다. 특정 소재가 쓰인 배터리나 특정 제조사가 만든 배터리의 운송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일본 해운사 MOL은 중고 전기차 운송을 금지하고 있으며, 유럽 일부 선사는 아예 전기차 선적을 거부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화재 대응 안전 시스템 및 규칙 등을 갖추는 걸 골자로 한 ‘전기차 운송 선박의 안전기준’을 올해 안에 확정할 계획이다.

해운업계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선적 관련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재에 따른 피해가 너무 크고 새로운 위험물이 계속 등장하다 보니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무조건적인 규제는 소비자나 선사 모두 피해를 볼 수 있기에 배터리 안전 대책과 규제가 균형을 맞춰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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