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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기준금리보다 높은 은행 정기예금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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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전망에 이자율 떨어져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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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중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연 3.5%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이 완전히 사라졌다.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인 은행채 금리가 더 크게 하락한 영향이다. 은행들은 예금 금리는 내리는 반면, 대출 금리는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잇따라 높이고 있어 은행들의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은 커지고 있다. 이에 은행들이 또다시 ‘이자 장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 정기예금 최고 금리 연 3.42%

19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총 38개 중 기본금리 기준으로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수협은행의 ‘헤이(Hey) 정기예금’이다. 이 상품의 1년 만기 확정이율은 연 3.42%이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인 연 3.5%에 미치지 못한다. 다음으로는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3.4%,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연 3.37%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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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이들 중 기본금리가 3.0% 이상 3.5% 미만인 상품은 24개였고, 2.5% 이상 3% 미만인 상품도 11개에 달했다. 기본금리가 2.5%보다 낮은 상품은 3개였다. 기본금리 기준으로 한은의 기준금리보다 높은 정기예금은 없는 셈이다.

은행연합회 공시는 지난달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됐는데, 6월까지만 해도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금리가 연 3.5%보다 높은 상품들이 일부 있었으나, 한 달 새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실제 수협은행의 ‘헤이(Hey) 정기예금’은 6월 평균금리가 연 3.65%였으나 지난달엔 0.23%포인트 낮아졌다.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추고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는 원인으로는 최근 은행채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한 점이 꼽힌다. 기준금리가 곧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채권금리에 미리 반영되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금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5월 17일 연 3.65%에서 지난 16일 연 3.28%로 3개월 사이 0.37%포인트나 떨어졌다.

예금 금리는 계속 내리고 있지만, 은행들이 대출 금리는 최근 잇따라 올리고 있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따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낮추는 등 대출 수요 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지난달부터 이달 20일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모두 17차례나 인상했다.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07~5.97% 수준이다. 한 달 전 금리 수준이 연 2.89~5.64%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18%포인트, 0.33%포인트 오른 것이다.

은행들은 앞으로도 대출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2%포인트씩 인상한다. 신한은행도 21일부터 3년물 이하 금융채 금리를 지표로 삼는 대출 상품의 금리를 0.0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22일부터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의 감면 금리를 0.6%포인트, 하나원큐전세대출의 감면 금리를 0.2%포인트 각각 축소 조정하기로 했다. 대출 감면 금리를 줄이면 사실상 금리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막차 수요’에 정기예금은 늘어

예금 금리가 낮아지고 대출 금리가 오르면 예대마진이 커져 은행의 이자 수익이 늘어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들이 현 상황 속에서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가산금리를 조정하듯 예금금리도 우대 요건 등을 통해 더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출금리에만 손을 대고 있는 현 상황이 의아하다”고 했다.

이에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최근 금융 당국의 뚜렷한 메시지가 있었지만, 예·적금 부분에는 이렇다 할 메시지가 없어 시장 상황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며 “은행들도 또다시 이자 장사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매우 불편한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되레 정기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기현상도 눈길을 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현재 금리 수준에서라도 정기예금에 가입하고자 하는 ‘막차 수요’가 생겨난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에만 18조1879억원 불어났다. 특히 5월 16조8242억원, 6월 1조4462억원이 증가하면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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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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