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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내가 쓰는 플라스틱에 '나치 독가스'가?… 韓 연구팀이 위험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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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독성 가스 '포스겐' 없는 폴리우레탄 생산 공정 및 촉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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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종류 및 폴리우레탄의 원료 물질을 나타낸 표 /사진=화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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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놀이터 바닥재,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MDI(메틸렌 디페닐 디이소시아네이트)를 독성 없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은 화학공정연구본부 연구팀이 독성 가스인 '포스겐' 없이 MDI를 제조하는 공정을 개발해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그린 케미스트리' 7월호에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폴리우레탄은 폴리올과 이소시아네이트라는 2가지 원료를 반응시킬 때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며 굳는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이소시아네이트는 다시 TDI(톨루엔 디이소시아네이트)와 MDI로 나뉘는데, 이중 MDI는 냉장고·선박 등의 단열재, 합성가죽, 매트리스 등으로 사용된다.

MDI의 합성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물질이 포스겐(염화카본닐)이다. 그런데 포스겐은 맹독성 가스다. 나치가 유대인을 대량 학살하는 데 사용했던 물질로도 알려졌다. 포스겐을 흡입하면 폐포점막이 파괴돼 폐에 체액이 과하게 쌓이고 이에 따라 심한 호흡곤란이 생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위험한 물질이지만 폴리우레탄의 핵심 재료인 탓에 지금까지 대체하기 어려웠다.

화학연 연구팀은 포스겐을 대체해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MDI 공정을 개발했다. 먼저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섞인 합성가스로 바꾸는 '이산화탄소 재활용 공정'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합성가스는 MDI 제조의 첫 단계인 아닐린 제조에 쓰인다. 이어 포스겐 대신 메탄올, 일산화탄소, 산소를 반응시켜 다른 중간 물질로 바꾼 뒤 이를 활용해 MDI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공정에서 포스겐을 빼면서 변환 효율이 낮아진다는 문제가 생겼는데, 연구팀은 이를 위해 팔라듐-이산화티타늄 촉매를 개발했다. 촉매는 반응을 방해하는 부산물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개발한 공정과 촉매를 모두 적용한 결과, 당초 60%에 머물렀던 MDI 제조 과정에서의 효율이 95%까지 향상됐다.

화학연은 "이번 연구는 완제품 생산 단계가 아닌 연구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환경 '전과정 평가(LCA)'를 실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밝혔다. LCA는 제품의 원료 채취, 생산, 유통, 사용, 폐기를 아우르는 전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정량화해 잠재적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 공정의 환경 영향을 평가한 결과, 기존 포스겐 사용 공정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6.1%, 암을 포함한 인체 독성에 미치는 영향은 2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2024년엔 연속공정을 개발하고 공정을 통합화할 것"이라며 "2030년경엔 실증을 통해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시장선도형 CCU 전략제품 생산기술 실증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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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를 진행한 화학공정연구본부 연구팀. 이진희 책임연구원, 안진주 선임연구원, 박지훈 책임연구원(왼쪽부터) /사진=화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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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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