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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살아 돌아와 감사하다"…열대야 달리기대회서 28명 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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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치러진 '2024 썸머 나이트런'
대회 40분 만에 19명 병원 이송돼
"100m마다 사람들 누워있더라"
한국일보

지난해 8월 17일 열린 '2023 썸머 나이트런' 대회 사진. 썸머 나이트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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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무더위 속 치러진 야간 달리기 대회에서 참가자 수십 명이 탈진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1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2분쯤 경기 하남시 신장동 미사경정공원에서 열린 야간 달리기 대회 '2024 썸머 나이트런' 참가자 중 28명이 탈진했다. 당시 119에는 3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현장 응급진료소를 설치했다.

부상자 중 19명은 의식 저하 등으로 인한 중상자로 분류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이들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로 인해 경기는 중단됐다.

이번 대회는 이날 오후 7시부터 10km를 달리는 코스로, 참가 정원은 1만 명이었다. 대회는 매일경제TV가 주최하고 전국마라톤협회가 주관했으며 하남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후원했다.

사고가 난 이날 밤도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지속됐다. 각 지역의 최저 기온은 서울 27.0도, 부산 26.2도, 제주 27.7도 등으로 서울은 28일, 부산은 24일, 제주는 34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28일 연속 열대야는 '역대 최대 더위'로 꼽히는 2018년(26일)을 넘어선 최고 기록이다. 사고 당시 하남 지역의 기온은 30.1도, 습도는 69%, 체감 온도는 31.3도였다.

대회 홈페이지에 항의 쏟아져…"최악"


한 대회 참가자는 네이버 블로그에 남긴 후기에서 "(완주까지) 2km 남았을 때쯤 코스에, 잔디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1km를 남기고는 100m 간격으로 사람들이 길에 누워있는 모습을 봤다""길은 어둡고 사람들은 쓰러져 있고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너무 무서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회 참가자도 후기에서 "살아서 돌아와서 감사한 대회, 최악의 대회"라며 "구급차 도로가 확보되지 않아 그 좁은 주로에 구급차가 침범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달리면서 구급차 때문에 멈춘 게 5, 6번"이라고 했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는 하루 만에 100개 넘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온열 환자가 눈앞에 쓰러져서 주변 15분을 뛰어봐도 안전 요원이 없더라", "이렇게 소름 끼치는 대회는 듣도 보도 못했다", "행사비 투명하게 공개하라"라고 비판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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