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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방글라데시 정권 몰락과 중국의 노림수 [오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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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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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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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반정부 시위의 격화로 퇴진하고 인도로 도피한 사건은 방글라데시 내부의 정치적 변동으로만 볼 수 없다. 인도의 남아시아 내 '맹주' 지위를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외교적 사건이며, 인도의 인접국가 최우선 정책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하시나 정권은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 이후 인도와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정부였다. 하시나 총리의 지도 아래 방글라데시는 인도와 경제 및 외교 정책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며, 첨단기술 분야를 포함해 90개 이상의 다양한 협정을 체결해왔다. 특히 2015년에는 수십 년간 지속된 국경 분쟁이 국경협정으로 해결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맞서는 공동의 노력으로 방글라데시는 인도의 남아시아 전략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했으며, 이러한 협력은 인도가 자국 북동부 지역까지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중국의 남아시아 내 영향력을 견제하며 북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소요를 근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시나 총리의 몰락은 이러한 관계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하시나 정권의 붕괴는 방글라데시 내 강경 이슬람주의 세력과 반인도 성향 정치세력들이 재부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국민당(BNP)과 자마트 에 이슬라미 같은 강경 이슬람 정당들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게 되면, 이들은 하시나 정부 시절 인도와 맺은 협정을 재검토하거나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전략적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될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세력들은 인도보다 중국과의 협력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방글라데시가 중국의 남아시아 패권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남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네팔, 스리랑카, 몰디브 등 다른 인접국들도 중국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방글라데시까지 가세한다면 인도의 외교적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네팔의 친중 성향 총리 선출, 몰디브의 친중 정책 채택, 그리고 인도의 시민권법 개정으로 인한 방글라데시와의 관계 악화는 인도에 더욱 불리한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이웃국가들과의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인도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인도는 남아시아에서의 경제 협력, 외교, 안보 측면에서 중국과 이슬람 극단주의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균형 잡힌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 지금은 인도로서는 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한국일보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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