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8 (수)

“LH 방임에 관리비 줄줄”…공공임대아파트 주민들 뿔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LH가 위탁한 관리업체, 관리비 사용 내역 미공개
임차인대표회의 의결도 업체가 거부하면 그만
참다 못한 임차인들, "권한 달라" 국회에 국민청원

공공임대아파트 관리 문제는 임차인의 무관심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방임에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임차인은 관리비를 내지만 관리를 받기는커녕 정당한 요구조차 묵살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임차인들은 위탁관리업체의 이익을 위한 관리비 통장에 불과할 것이다.
고덕센트레빌NHF3단지 임차인대표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아파트에 공동주택관리법을 적용해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제기됐다. 공공임대아파트에는 일반 민간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와 유사한 성격의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하는데, 임차인대표회의는 실효적 권한이 없는 협의체에 불과해 임차인이 위탁관리업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주장이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LH 공공임대아파트 관리 개선에 관한 청원’이 최근 접수돼 4일부터 동의를 받고 있다. 청원의 핵심은 ‘LH 공공임대아파트에 공동주택관리법을 적용하고 임차인대표회의 권한을 확대해 부당한 관리에 대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일정 기준을 만족한 공동주택에 입주자대표회의를 설치해 관리규약을 제·개정하는 한편, 관리비나 기타 시설 운영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도록 했다.

이에 반해 임차인대표회의는 이름뿐인 기구란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임차인대표회의 의결을 LH가 관리를 맡긴 위탁관리업체가 거부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공공주택특별법과 LH 임대주택 표준관리규약에 따르면 임차인대표회의는 사안 대부분과 관련해 협의만 가능하다. 청원인 홍세주(36)씨는 “위탁관리업체가 거부하면 임차인들이 내는 관리비를 어디에 쓰는지 내역조차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위탁관리업체가 직원들 연봉 인상을 요구했는데 자세한 내역은 알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특별수당과 초과근무수당 등 내역을 알아야 연봉 인상의 적절성을 따질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한국일보

9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불만을 알려도 LH는 무시하기 일쑤라는 주장도 뒤따랐다. 홍씨가 거주하는 경기 평택시 고덕센트레빌NHF3단지 임차인대표회의는 본보에 보낸 입장문에서 “LH와 위탁관리업체는 임차인에게 법적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용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임차인의 관심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홍씨는 "임차인대표회의가 주차장 관리체계 도입을 결정했지만 위탁관리업체가 실행을 거부했다"며 “관리비 부정 사용이나 횡령을 의심해도 LH는 위탁관리업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그친다”고 토로했다.

고덕센트레빌NHF3단지 임차인대표회의는 주변 공공임대아파트들과 집단행동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씨는 “인근 공공임대아파트에서는 임차인대표회의가 회의 관련 안내문을 단지에 붙였더니 관리업체가 불법 부착물이라고 떼어낸 사례도 있었다”며 “고덕 신도시 LH 공공임대아파트 임차인들과 연대해 ‘임차인대표회의 연합회’를 만들어 목소리를 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LH는 위탁관리업체가 주차장 관리체계 설치를 거부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치비 때문에 입주자들도 찬반 의견이 나뉘었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임차인대표회의 권한 관련 민원이 여러 차례 들어와 대안을 고민 중"이라며 "다만 일부 주민이 자신이 선호하는 업체를 선정하려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례도 있어 신중하게 대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